히든챔피언에 그린챔피언 '추가'…두 토끼 잡기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취임 일성으로 '녹색산업 육성'을 강조한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중소기업 지원과 녹색기업 지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수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히든 챔피언' 기업 때문이다.
지난 18일 김 행장이 취임 직후 처음으로 현장경영에 나서 인천 지역 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 '히든 챔피언' 선정 회사가 "계열사 전체를 히든 챔피언 대상에 포함시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히든 챔피언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까지 총 111개가 선정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녹색수출 기업을 200개로 늘리고 연간 2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녹색금융전문기관으로 주력분야를 전환키로 했다. 현재 히든 챔피언의 10%에 불과한 녹색기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그린 챔피언' 프로그램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만큼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들의 요구에 100% 응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김 행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지원해야 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골고루 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 번 검토는 해 보겠지만, 일단 수요에 맞는 자금 여유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히든챔피언 지원 금액이 지난 해보다 50% 많은 1조5000억원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부족하다는 게 김 행장의 설명이다. 녹색기업에 대한 투자와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늘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행장은 "계열사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검토는 가능해도 실행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들과 가진 상견례에서도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김 행장은 지난 10일 "수출입은행은 장기 해외 대형 프로젝트나 선박금융, 플랜트 등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중소기업 지원과 본래 수출입은행 업무와는 괴리가 있다"며 "그러나 히든 챔피언 제도를 만든 만큼 중소기업 부문을 안 할 수도 없으니 조화롭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임 행장이 어느 한 쪽을 소홀히 하는 일 없이 무사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중요성이 작지 않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신사업을 추진할 때 계열사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기 힘들어 모기업이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다"며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있다면 중소기업들의 신사업 추진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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