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단독인터뷰]전교조 출신 평교사 교장 “상원초 이렇게 이끌 것”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5초

[단독인터뷰]전교조 출신 평교사 교장 “상원초 이렇게 이끌 것” 이용환 상원초등학교 공모교장 임용후보자
AD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말하자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교장에 뽑힌 셈이죠. 혁신학교에 가장 적합한 운영계획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20분씩 '읽기ㆍ쓰기ㆍ셈하기(3R)'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다질 겁니다. 잡무부담 경감, 수업중심 학교운영, 예산권ㆍ교육과정편성권 이양을 통해 선생님들의 의욕을 키우려고 합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1~2년 안에 가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15일 만난 서울 상원초등학교 이용환 교사의 말이다. 그는 교장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평교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오는 3월 상원초등학교 교장이 된다. 서울 지역 최초의 평교사 교장 탄생이다.


자신이 공모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혁신학교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적합한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4명의 공모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계획한데 반해 큰 폭의 변화를 주장한 것이 혁신학교와 궁합이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자신과 교감 그리고 1명의 전담요원이 나서서 교사들의 잡무부담을 90% 이상 줄이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책사업, 협조공문, 조사업무는 교장이 나서서 끊어내면서 교사들의 의욕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기본이 바로 선 어린이' '배려ㆍ친절ㆍ자기관리 계획' 같은 보여주기식 사업을 시행하라는 지시, '교통안전 글짓기 대회' '평화통일 글짓기 대회'처럼 학교의 교육과정에 이미 포함돼 있는데 교육청을 통해 내려오는 업무가 교사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업무행정 중심으로 구성된 학교의 구조도 학년 중심으로 다시 짜고 교육과정 편성권과 예산권도 각 학년과 담임교사들에게 대부분 넘겨줄 계획이다.


이 후보자는 "이런 조치들을 통해 선생님들에게 시간적ㆍ업무적 여유를 주고 스스로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높이겠다"며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세운 슬로건은 '함께 가르치며 배우는 행복한 학교'다.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이 지금 현재 행복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계획에 따라 앞으로 상원초에서는 체험학습ㆍ토론수업ㆍ협력학습 등을 교사들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40분 수업을 틀에 갇히지 않고 연달아 수업하는 블록타임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이전까지는 모두 교장의 허락이 필요했던 일이지만 이제 담임교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스스로 '100분 토론'과 같은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환경문제 등을 공부해 봤다고 했다. 적어도 한주에 1번은 색다른 수업을 시도했다는 그는 "들으면 10%, 해보면 50%, 가르치면 90% 기억한다는 연구결과처럼 아이들은 행동하며 익힌 것들을 훨씬 잘 기억한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그는 전교조 교사다. 원년 전교조 멤버다.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1981년 망우초등학교로 발령받았지만 '청년 교사'에게 당시 교단은 가혹했다.


촌지는 당연했고 이를 교장에게 상납하는 관행까지 있었다. 자신의 학급 어린이 회장 부모에게 수백만원의 기부를 요구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차라리 교단을 떠나겠다는 마음으로 84년 입학한 한국외대 경영학과 야간과정에서 사람들과 인연이 닿았다. 89년 5월28일 창립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창립멤버가 됐고 7월말 해직 당했다.


94년 3월1일 복직해 2001년부터 2002년까지는 정책실장을 맡았다. 이 때 전교조에서 제안한 정책이 바로 교사들이 교장을 직접 뽑는 '교장 선출 보직제'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이 정책과 가장 유사하게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다.


그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는 말하자면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과 비슷한 셈인데 기존의 임명 방식, 초빙형 공모(자격증 소지자 응모), 내부형 공모 등 세 가지 방식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더 바람직한 쪽으로 서서히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를 통해 전국적으로 그동안 수십 명의 평교사 교장이 배출된 바 있다.


또 지난해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에서는 교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응모할 수 있는 개방형 교장 공모제를 운영해 산업계 인사가 대거 교장으로 임용되기도 했다.


그의 승진에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 후보자는 지금 5학년 5반 28명 아이들을 맡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좋아하고 신기해하면서 교장실에 놀러가겠다고 말한다"면서 "교장 선생님이 된 선생님께 배웠다니 더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면서 교무ㆍ행정실로 통합된 공간 안에 투명하게 만들어진 교장실에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5일 오후 3월1일자 교장공모제 최종 임용후보자 38명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에는 총 204명이 지원해 평균 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38개교 가운데 상원초등학교와 영림중학교는 교장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평교사가 임용후보자로 결정됐다. 이 교사와 한울중 박수찬 교사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는 "교장 공모제가 특정 교원노조를 염두에 둔 교육감의 코드 맞추기식 제도로 악용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측은 "해당 학교의 교장공모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조사를 벌이기로 했으며 조사결과 문제가 있을 경우 임용제청을 하지 않거나 공모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