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영수회담과 국회 정상화 문제를 놓고 잡음을 내던 민주당이 진통 끝에 두 사안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월 중 임시국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상은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3시간 비공개 의원총회 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영수회담도 국회 정상화도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손학규 "엎질러진 물…등원 거부조차 우습게 돼"= 7일 오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들에 따르면, 손 대표는 마지막 정리발언을 통해 "어찌 보면 다 엎질러진 물"이라며 "지금에 와서 국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조차도 우습게 된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통해 결정된 국회 정상화를 거부할 명분 찾기가 녹록치 않다는 의미다.
손 대표는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목맬 것이 하나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던져 놓은 것(영수회담 동의)에 대해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짓밟는 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야당에 대한 성의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 대표는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쥐고 있었던 국회 정상화 카드를 쉽게 포기하게 된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작년에 겪은 날치기는 보통 때 날치기와 본질이 달라 반드시 고쳐야 하기에 길거리 천막에서 농성을 했고 전국을 다녔다"며 "국회에 들어가는데 최소한의 여야 간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담화를 못하면 영수회담 형식을 통해서 '날치기가 잘못됐다. 이런 일 없도록 하자'라는 형식의 유연성을 주고자 (영수회담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너에 몰린 박지원= 이날 여야 원내대표의 섣부른 협상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용섭 의원은 "이번에 이렇게(등원 결정) 한 것은 잘못됐다"면서 "의총에서 (원내대표 간) 합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인기 의원은 "어제 같은 합의를 이루려면 손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전에 소통했어야 한다"며 "그것이 안 돼 일이 복잡해졌다"고 꼬집었다.
강기정 의원은 "지난해 12월8일(예산안 처리)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믿었다가 (박 원내대표가) 당한 것인데 이번에도 그런 것 아니냐"며 "원내대표 간 너무 형님ㆍ동생으로 쉽게 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꼬집었다. 장세환 의원은 "이 시점에서 다음 주 그래도 국회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농락당한 것이고 굴욕적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강봉균 의원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오를 수 없는 나무를 오르려 했던 것"이라며 "영수회담에 관한 얘기는 원내대표의 영역이 아니다"고 박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조정식 의원은 "등원은 안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가 결단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임시국회를 열면 할일이 많다"며 당내 단합을 주문했다.
결국 민주당은 난상토론 끝에 등원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국회 정상화와 영수회담은 별개의 문제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14일 본회의 개회 일정은 못 박지 않고 한나라당과 추가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회 정상화 시점은 예산안 및 법안 강행처리 후속대책, 구제역 국정조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 처리 문제 등 민주당이 요구한 현안에 대한 여당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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