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깜짝실적 그룹내 '캐시카우' 자리매김
현대건설 후유증 매듭·해외시장 개척 포석도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대기업 총수의 집무실은 '그룹 경영의 심장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총수의 집무실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사령탑이기 때문에 집무실이 자리한 곳은 그룹내 핵심 계열사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총수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할 때마다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집무실도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본사 동관 신사옥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전략기획본부 등 그룹 핵심조직과 현대상선의 기획ㆍ관리 부서, 현대엘리베이터 등 매출 규모가 크거나 위상이 높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해외출장 등의 특별한 외유(外遊)가 없을 경우에 현 회장은 연지동 집무실로 출근한다. 특히 지난해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현 회장은 예외 없이 이곳에서 인수전략을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동안 발길을 뚝 끊었던 현대증권의 출입이 잦아졌다는 게 현대증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연지동 본사 사옥외에 현 회장의 집무실이 현대증권 7층에 마련돼 있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과 함께 그룹내 캐쉬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대증권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다 잡았다고 생각한 현대건설의 인수가 불투명해지면서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현대증권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그룹 내의 평가다.
실제 현대증권은 2008년 이후 계열사 중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그룹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거두며 현대그룹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왔다. 현대증권의 2009년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8.4% 증가한 255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들의 3/4분기 실적추정치를 살펴보면 현대증권은 1900~2100억원(세전이익)에 이른다. 하이닉스와 소송에서 승소해 지난해 12월 1600억원 가량이 들어온 것을 감안해도 알짜배기 계열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 현 회장 가입 펀드 수익률 70% 육박
현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현대증권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하지만 집무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이듬해 9월 자신이 직접 가입한 현대그룹 플러스 주식형 펀드의 홍보 등으로 현대증권을 종종 방문하곤 했다. 현 회장이 월 100만원씩 3년간 적립식으로 가입한 이 펀드는 수익률이 66.4%(1월 28일 기준)에 달할 정도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KOSPI지수 수익률 21.88%와 비교해 3배가 훌쩍 넘어섰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군으로 투자대상을 구성하기 때문에 종합주가지수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반해 이 펀드는 범현대그룹에 100%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수익률보다 범 현대그룹주들의 등락에 따라 펀드성과가 결정된다. 현재 주요 투자대상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주와 하이닉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범현대 그룹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현 회장은 앞서 7월에도 현대자산운용 출범과 함께 판매를 시작한 '현대드림주식형 펀드'에도 가입을 했는데, 현재 수익률이 59.2%에 달하면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 회장이 최근 현대증권 집무실로 자주 출근하는 데는 현대건설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루머들도 인해 현대증권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을 다잡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그룹사 차원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지점 영업 등의 위축이 영업력을 약화시키면서 전분기 대비 영업실적이 감소하기도 했다.
현 회장의 현대증권 집무실 행보는 현대건설 인수전 관련 후유증을 조기 매듭하고 해외시장 개척 등의 신수익원 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