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16가구 보호수 중 24그로 사계절 푸른 보호수 ...향나무 14그루, 향나무 8가루, 측백나무 2그루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울시에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커 특별히 보호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늘푸른 보호수 24그루가 있다.
서울시에서 관리되고 있는 216그루 보호수 중 사계절 늘 푸른 보호수는 총 24그루로 그 중에 소나무 8그루, 향나무 14그루, 측백나무 2그루다.
최고 수령은 872년, 최저 수령은 70년이다.
◆상록교목 중 최고 수령 ‘872년 6개월’
서초동에는 이 지역을 상징하는 향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청춘을 상징하는 상록수로서 상록교목 중에서도 872년 6개월이라는 최고 수령을 자랑해 이 지역의 명물이 됐다.
지정번호 '서22-3'인 서초동 향나무는 1968년 7월 3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의 수령이 830년으로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서울시 지정보호수 중에 최고령을 자랑한다.
수고는 16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3.6m에 이르는 보호수로 수많은 차량이 빈번하게 소통하는 서초역 사거리 중앙녹지대에서 모진 비바람과 자동차 배기가스, 산성비 등 각종 환경오염 위협으로부터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어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시인 김소월이 사랑한 배재학당 향나무, 525년 시간 흘러도 여전한 모습
중구 정동에 위치한 배재학당 향나무는 시인 김소월과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 교수가 사랑한 나무로 장장 525년의 세월 동안 정동을 지켜왔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 교수는 1960년대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서 안동에 머물다가 우연히 조그만 서점에서 발견한 김소월의 시집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소월 전문가이다.
배재학당 동관 뒤편의 향나무는 김소월이 좋아했던 나무였는데 오랜 세월로 인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 향나무는 197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래 다시 푸르름을 되찾게 됐고 맥캔 교수의 제자인 하버드대의 박사 과정생인 웨인(Wayne De Fremery)이 김소월의 시집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한국의 인쇄문화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면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들러 되살아난 향나무의 소식을 스승인 맥캔 교수에게 전달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5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배재학당 향나무는 여전히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매년 배출해내는 배재 졸업생들의 학창시절의 사진 속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왔다.
지정번호 '서2-2'인 배재학당 향나무는 1972년 10월 12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 수령이 525년으로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고는 17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2.3m에 이르는 보호수로 수많은 배재중학교 졸업생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앨범 속에서도 큰 인기를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이다.
특히 향나무 수간 상부에 박힌 못은 임진왜란 때 '가등청정'이 말(馬)을 묶어 놓았던 곳으로 전해오는 역사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525년 동안 자라면서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했을까를 상상해 보니 많은 슬픔과 우여곡절의 세월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온 향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흥선대원군의 오랜 벗 석파정 소나무
종로구 부암동에 가면 권력의 무상함을 간직하며 온갖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흥선대원군의 벗 석파정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웅장한 소나무 잎사귀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의 넓이가 무려 67㎡에 달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소나무의 절경과 더불어 역사와 문화를 전한다.
조선말기의 중신(重臣) 김흥근 별장이었는데 흥선대원군이 집권 후 자신의 별장으로 사용했던 석파정 경내에는 많은 문화유적 향기와 몸체가 아름답고 고고함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시 지정보호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정문을 통과해 정원에 들어서면 인왕산 자연암각을 이용한 수로가 조성돼 있으며 인왕산 계곡물이 흘러들어 연못을 이룬 곳에 '소수운렴암'(巢水雲簾菴)이란 권상하(權尙夏)의 글씨를 만나 볼 수 있다.
경내 안양각 건물 뒤 바위 앞면에는 '삼계동(三溪洞)'이란 글씨가 암벽에 새겨져 있어 조상들의 필력과 조각예술을 만날 수 있다.
이는 1968년 7월 3일 보호수 지정 당시 수령이 180년이고 수고는 5m, 흉고둘레는 2.8m이고 그 아래 그늘의 넓이만도 67㎡이며 조선후기 흥선대원군과 역사를 함께 한 소나무다.
◆우리 동네 지켜주는 전설의 보호수
구로구 가리봉동 보호수 측백나무는 이미 지역 주민들의 수호수가 된 지 오래다.
구로구 가리봉 2동에 있는 이 측백나무는 2004년 12월 27일 지정 보호수로 지정됐고 지정 당시 수령은 500년이 된다.
이 측백나무는 6.25사변 전까지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과 가을추수기에 고사를 지내는 등 각종 제사를 지내왔다.
수고높이는 15m이고 흉고둘레는 2.5m이며 이 나무를 훼손하면 재앙이 온다는 설과 함께 나무속에 큰 뱀이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조선시대 종친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던 종친부 집터 우물자리에 있는 소나무는 선비들의 절개를 간직하며 여전히 종로구 소격동을 지키고 있다.
금천구 시흥동의 향나무는 조선초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탑골·탑동의 유래가 지역주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향나무는 1969년 5월 12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 수령이 525년으로 수고는 10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2.3m에 이르는 보호수로 주택단지내 소공원 중앙에 있으며 휴게시설도 조성돼 있다.
보호수 위치는 조선 초기에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일명 탑동이라 불리어지며 주위에 약 500년 전 만들어진 삼층석탑이 있고, 마을제를 지내는 곳으로 탑골이나 탑동은 모두 이곳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 또한 고목의 느티나무 숲이 에워 쌓여 있고 산세가 마치 학이 알을 품고 있는 듯 학포지란(鶴抱之卵)의 형국을 갖추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복잡한 서울 도심 속에서도 마치 멀리 떠나 대자연의 숲속에 안겨있는 듯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사계절 빼어난 사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을 듯 하다.
<300년 이상 동네 지켜온 상록수, 우리지역 소통공간으로 주민들 쉼터 역할까지>
□ 강서구 방화동 향나무, ‘낮은 울 쉼터’를 만들어 지역사회 소통 공간으로 구성, 동네 주민들에게 깊은 향내를 전한다.
1974년 4월 20일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당시의 수령이 530년으로 수고는 22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2.54m에 이르는 보호수다.
○ 2007년에 교회와 정곡초등학교 그리고 강서구청간의 협의를 통해 학교와 돌샘공원과 교회 사이의 담장이 헐리면서 지역사회를 향해 개방된??낮은 울 쉼터??가 만들어짐으로서 주변의 아파트 단지의 주민과 학생들이 주변 수목과 숲을 감상하면서 놀이터에서는 어린이들의 놀이문화, 지역사회는 소통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신활주로 확장공사로 김포공항 관사에서 오곡동으로 이전한 향나무는 45도 기울어진 기이한 모습으로 새롭게 옮긴 강서구 오곡동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72년 10월 12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 수령이 435년으로 수고는 14m, 흉고 둘레는 2.95m에 이르는 보호수다.
이 보호수는 김포공항 내 관사정원에 있었는데 1984년도에 김포공항 신활주로 확장공사로 인해 현재 강서구 오곡동으로 이식하게 됐다.
한쪽으로 45도 기울어진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도복방지를 위하여 A자형 지주와 보호대를 설치, 현재까지 관리되고 있다.
3갈래로 분지된 향나무의 아름다운 자태와 조각공원의 어울림으로 유명한 동대문구 전농동 515년 된 향나무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정번호 '서6-1'인 동대문구 전농3동 150-1에 있는 향나무는 1981년 10월 27일 지정 보호수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수령은 515년이 며 수고높이는 7.2m이고 흉고둘레는 3.3m가 된다.
이 보호수는 수령이 500년 이상이고 수고가 2m에서 3갈래로 분지되어 있어 기형고목으로 인근 주민들이 신성시 하는 수목이라고 하며 주변 언덕에는 조각품이 전시된 조각공원으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도에 태풍 곤파스로 큰 가지가 부러져 수형이 많이 훼손됐음에도 여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중구청내 향나무는 이 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지정번호 '서2-13'인 중구청내 향나무는 1996년 8월16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 수령이 300년으로 수고는 10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115㎝에 이르는 보호수로 2010년도 태풍 곤파스로 인해 큰 가지가 부러진 상태로이지만 아직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단독주택 뒤쪽 조경이 이루어진 부지와 주택 출입구 담벽에도 꿋꿋이 서있는 생활형 보호수, 강서구 개화동 향나무는 고개숙인 모습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동네 보호수로 자리매김했다.
지정번호 '서16-7'인 강서구 개화동 356-13 향나무는 1974년 4월 20일에 보호수로 지정돼 당시 수령이 470년으로 수고는 9m, 가슴높이(흉고) 둘레는 2.44m에 이르는 보호수이다.
강서구 개화동에 가면 단독주택 단지로 고개숙인 향나무 보호수가 있다.
오래 전부터 이 곳에 살고 있는 어르신 말씀으로 제사상 향불이 귀하던 시절에는 이 향나무 가지를 쳐서 설날과 추석에 차례를 지내기도 했다고 귀띔 해 주었다.
보호수로 지정된 이후엔 작은 언덕위의 아름다운 정원형식의 소공원이 만들어져 있고 석양지는 노을을 보며 나무 속 보금자리에 둥지를 튼 참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
서울시는 새해 신묘년(辛卯年)에도 서울특별시 지정보호수 24그루를 사계절 늘 푸른 청춘을 간직한 모습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가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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