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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유저 때문에...통신사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제한' 잇따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4초

美 버라이즌, 헤비 유저 동영상 다운 속도 늦추기로...KT·LG U+도 이미 데이터 이용 제한

헤비 유저 때문에...통신사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제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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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공짜(가명)씨는 집에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쓰지만 인터넷 사용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월 5만5000원인 휴대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모뎀으로 삼아 컴퓨터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테더링(tethering)' 서비스를 이용하면 컴퓨터로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휴대폰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써도 추가 요금 부담이 없으니 이왕이면 최대한 끌어쓰자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처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소비하는 '헤비 유저(heavy user)' 문제로 통신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도한 데이터 사용으로 망에 과부하가 걸려 다른 사용자들이 인터넷 및 통화 기능 이용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용을 제한하자니 약정을 깨는 것이고, 망을 증설하자니 5%에 불과한 헤비 유저를 위한 조치 치고는 비용 부담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통신사 "헤비 유저 이용 제한 불가피"=이 가운데 미국 1위 통신업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3일(현지시간) 데이터 소비량 상위 5%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늦춘다고 발표했다. 오는 10일부터 아이폰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헤비 유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앞서 국내 통신사인 KT와 LG유플러스(LG U+)도 헤비 유저를 겨냥해 데이터 이용 제한 조치에 나선 바 있다. 현재 KT는 하루에 데이터를 75메가바이트(MB) 넘게 쓴 가입자가 데이터 밀집 지역에 들어갈 경우 이용 제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LG U+도 210MB를 쓰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KT와 LG U+의 헤비 유저 데이터 이용 제한 조치에 대해 이견을 보였던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버라이즌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격론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 남용" VS "소비자 정당한 권리"=사용자들은 헤비 유저의 데이터 소비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악용'이냐 '정당한 이용'이냐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헤비 유저의 데이터 이용 제한에 찬성하는 측은 데이터 남용과 다른 사용자의 피해를 문제삼는다. 'Great Maus'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은 4일 "'무제한'이라는 말이 '무지막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닉네임 '종다리'를 쓰는 네티즌도 "5%의 헤비 유저 때문에 나머지 95% 사용자가 데이터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닉네임 '로체'는 "헤비 유저를 위해 통신사에 망 증설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투자'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해 헤비 유저 제재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반면 데이터 이용은 통신사와의 계약에 기반한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도 있다. 닉네임 '센티넬나이트'를 쓰는 네티즌은 "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놨을 때 대다수 소비자들은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보고 그 요금제를 선택한 것"이라며 "망 증설 및 트래픽 분산 노력은 하지 않고 이용자만 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필요한만큼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한 닉네임 '미찌르'는 "잘못된 게 있다면 통신사의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며 "통신사는 지금이라도 서비스 이름을 '일부제한요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비 유저의 데이터 이용 제한에 대한 의견이 이처럼 분분한 가운데 국내 통신사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통신사가 데이터 무제한 이용 방침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망 증설 및 4세대로의 빠른 이동이 대안으로 제기되지만 망 증설은 비용이 많이 들고, 4세대 이동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데이터 종량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데이터 종량제' 전환 수순 밟나=외국 통신업체 중 일부는 이미 데이터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2위 통신업체 AT&T는 지난 해 6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포기하고 종량제 전환을 선언했다.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30달러에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폐지하고 15달러에 200MB, 25달러에 2기가바이트(GB)를 이용할 수 있는 2단계 요금제를 도입했다. 사용량이 이를 넘어설 경우 각각 10달러, 15달러는 추가 지불하도록 했다.


헤비 유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데이터 사용량이 월 1GB를 넘지 않아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이익이라는 게 AT&T의 설명이다.


KT와 LG U+가 헤비 유저를 대상으로 데이터 이용 제한에 나서기 시작한 만큼 결국 국내 통신사들도 종량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데이터를 과도하게 잡아먹는 테더링 서비스의 유료화 전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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