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는 미술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평론가 박정은의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컬럼이다. 그의 글이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빛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
언젠가 읽은 책 중에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전철 안에서 철부지 어린 꼬마들이 떠들며 돌아다녔고, 그 옆에는 꼬마의 보호자로 보이는 아버지가 아이들을 방관한 채 멍하니 넋 놓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개구진 장난은 정도가 심했고 보는 이들은 모두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참다못한 한 사람이 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타고 있는 공간인데,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고 방치하는거 아니냐?"고 묻자, 꼬마의 아버지가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지금 방금 사랑하는 제 아내를 묻고 왔습니다. 제가 지금 경황이 없어 미처 아이들을 돌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아이들의 개구졌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장난치는 모습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바라본 것과 전후 사정을 듣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풍경이더라도 이처럼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생각들이 전혀 다르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자신만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은 어떨까요? 그 첫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글=박정은(미술평론가/'작은 철학자와 그림이만나면'미술학원장)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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