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풍력사업 위해 일조할 것"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여성임원 1호라는 사실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나만의 리더십을 발휘해 지금 맡고 있는 풍력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할 겁니다."
26일 효성그룹 201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첫 여성임원이 된 이금정(42세) 상무보가 침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포부를 밝혔다. 이날 효성은 총 43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바로 여성으로서 첫 임원을 달게 된 이 상무보다.
이 상무보는 기자의 축하인사에 "회사 내에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이 적어 여성 임원이 탄생하기까지 좀 시일이 걸린 것 같다"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여기고 회사 내 여성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남성위주의 문화가 강한 효성에서 여성임원의 탄생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효성은 제조업 특성상 기술영업을 많이하기 때문에 섬유공학, 화학공학, 전기공학, 기계공학 등 이공계쪽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공계 여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직원이 적은 게 사실이다. 이 상무보가 입사할 당시에도 여성 직원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공학과 경영을 겸비한 부드러운 카리스마'=이 상무보의 경영 스타일은 '공학과 경영지식을 겸비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요약된다. 중공업PG(Performance Group) 풍력사업단 전략기획팀장으로서 풍력 등 신규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 상무보는 풍력사업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R&D인프라와 경영관리체계를 닦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평소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으로 업무처리에 빈틈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상무보는 스스로에 대해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라며 "새로운 일에 부딪히면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자세로 임한 것이 이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입사 전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 학사, 로봇제어 분야 석사과정을 마친 이 상무보는 전형적인 '공돌이'였다. 석사 학위 취득후 적성을 살려 연구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이 상무보에겐 늘 갈증이 있었다. 개발제품을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당했는데 기술적인 지식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상무보는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카이스트(KAIST) MBA 과정에 진학했다. 공대 백그라운드에 경영 지식을 더하면 여성이라는 핸디캡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상무보가 효성에 입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현재 그룹 내 중공업 PG장을 맡고 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당시에도 중공업 PG장을 맡고 있던 조 부사장은 우수 인력 영입을 위한 세미나에서 효성의 비전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 상무보가 이 강연을 인상 깊게 듣고 지원을 결심한 것이다.
이 상무보는 "조현문 부사장께서 신규 사업에 대한 의지와 비전 등을 말씀하셨는데 깊은 감흥을 받았다"며 "'내가 가서 할 일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효성에 입사한 이 상무보는 중공업 PG내 신규 사업을 전담하는 블루오션팀에 소속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했고 이는 곧 사업아이템이 돼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특히 이 상무보는 태양광발전단지를 실제 건설해 전기 판매로까지 이뤄지게 했던 프로젝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그는 당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관공서에서 인허가받는 과정부터 태양광발전단지의 건설, 운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도맡아했다. 이 상무보는 "잦은 출장에 직접 발로 뛰어야 했지만, 프로젝트가 마무리됐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곧 부장으로 승진해 팀장을 맡은 데 이어 풍력사업단 전략기획팀장으로 고속승진을 하게 된다. 이 상무보는 일의 재미에 푹 빠지다 보니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는 "동시에 여러 일을 잘 하지 못한다"며 "언제가는 좋은 인연도 찾아올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상무보는 "요즘 입사하는 여성 직원들을 볼 때 개인역량은 남성 직원들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조직 내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체득하고, 회사가 요구하는 바를 빠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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