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재일 교포 주주들과 임원들의 스폰서 관계가 '신한사태'의 원인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9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관계자 4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신한사태'의 원인을 이같이 짚었다.
검찰은 지난 9월 신상훈 사장에 대한 고소ㆍ고발로 시작해 넉 달간 상호간 비방과 이면 합의, 고소 취하 등으로 권력 다툼을 벌인 배경에는 신한은행 구조적 취약함이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주목하는 측면은 ▲재일 교포 주주들과 은행임원의 스폰서 관계 ▲퇴직 후에도 이어지는 임원과 은행의 밀착 ▲라응찬 전 회장의 리더십이다.
수사를 마친 한 검찰 관계자는 "신한은행 임원들은 스폰서 관계에 있는 재일 교포 주주들에게서 돈을 받아 썼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장은 지난해 5월 재일 교포 주주 이모씨에게서 엔화 3000만엔을,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에는 재일 교포 주주 윤모씨에게서 5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있다.
이 전 행장 역시 지난해 4월 재일 교포 주주 김모씨에게서 5억원을 받아 자금세탁을 한 뒤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다 검찰에 걸려들었다.
신한은행 임원들과 재일교포 주주 사이의 이런 뒷돈 거래는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증여를 받거나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검찰 관계자는 "재일 교포 주주들이 지난 9월 나고야에 불러들이자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이 직접 달려가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스폰서에게 달려간 거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신한은행 임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던 엄중한 상황이었는데도 나고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서로 간에 쌓아둔 '관계' 때문이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재일 교포 주주들과 신한은행 임원들의 스폰서 관계가 한쪽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주 스폰서들 역시 임원들에게 주는 뒷돈을 대가로 일정한 이득을 취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재일 교포주주들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하면서 각종 대출 혜택도 줬다. 제일 많이 대출을 얻은 재일 교포 주주는 31억엔을 신한은행에서 받아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임원들이 퇴직 후에도 은행에서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가는 밀착 관계도 사태의 다른 원인으로 올렸다.
검찰 수사결과 이희건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마다 자문료 명목으로 한 번에 현금 1100만원씩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행장의 판공비나 기밀비에서 나간 돈이다. 이같이 돈으로 엮인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횡령이 가능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이 신한은행 자금 15억6600만원을 빼돌려 쓰면서 명예회장의 자문료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거의 라 회장 개인의 전적인 의사에 따라 운영됐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대선 직후 "라응찬 회장이 3억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이 전 행장의 말에 은행 실무자는 사용처를 살피지도 않고 돈을 마련해줬다. 임원 비서실은 회사의 감사조차 받지 않았다.
임원들의 사태에 대한 대응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신 전 사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이끈 이 전 행장은 자신이 '선의의 내부 고발자'라면서, 검찰 기소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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