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이엠티 인수 가능성
-올 상반기 경영진 상대 소송에 각종 루머 무성
-회사측 "키코손실 피해예방 차원" 인수설 부인
-남광토건·온세텔레콤 등 잇단 성사 이어 촉각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기업 인수합병(M&A)전문가로 알려진 김성균 범양건영 대표의 다음 타깃이 반도체 유통업체인 에스에이엠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회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최근 5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급등하며 900원대 후반에서 1450원까지 오르자 시장에선 M&A가 임박한게 아니냐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성균 대표가 지난 몇년간 굵직한 회사들을 연거푸 인수하며 수익을 내왔다는 점과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베리아이비홀딩스(이하 베리아이비) 계열사인 베리엠앤씨가 상반기 두차례에 걸쳐 에스에이엠티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을 연결지으며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터넷쇼핑몰ㆍ광고업체 베리엠앤씨는 에스에이엠티의 지분 9.07%를 보유해 최근 최대주주로 등극한 한국씨티은행(11.36%)에 이어 2대주주다.
IB업계에선 김 대표가 친형인 김향균 전 알덱스 회장과 함께 지난 2004년 알덱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의 M&A에 성공 한 뒤 2008년에 알덱스, 남광토건 등의 지분을 대한전선에 재 매각한 과거 전력을 볼 때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 가장 유력한 기업을 에스에이엠티로 평가했다.
28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에이엠티가 지난 9월 이후 실시한 채권단에 대한 출자전환을 위한 실사과정에서 김성균 대표가 적대적 M&A를 시도했다는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인 베리엠앤씨는 지난 4월 에스에이엠티 임원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5월에도 주주총회결의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압박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베리엠앤씨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보전권리 또는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지난달 3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으며 주주총회결의 취소 청구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M&A경력을 고려할 때 에스에이엠티가 적대적 M&A에 노출됐다는 소문이 업계에 전해지고 있다"며 "향후 소송 결과와 지분 변동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액자본잠식 및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까지 몰렸던 에스에이엠티는 최대주주의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개선을 통해 현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일각에선 에스에이엠티의 피인수설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씨티은행 등 채권단에 대한 출자 과정에서 발행된 신주가 베리엠앤씨의 지분을 크게 낮춰 적대적 M&A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말 에스에이엠티의 총 발행주식수 1000만주 중 90만7492주(9.07%)의 지분을 보유한 베리엠앤씨의 지분율은 추가 출자전환이 완료되는 오는 31일말에는 1~2%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2대주주의 지위를 잃게 될 처지다. 에스에이엠티 관계자는 "베리엠앤씨의 지분율이 현저하게 낮아질 예정이라 적대적인 M&A에 대한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며 "내년 1월 이후에는 소송 건도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M&A 가능성에 대해 베리아이비측도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두 차례의 소송 건은 자회사인 베리엠앤씨를 포함해 당시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주주들이 공동으로 제기한 것으로 키코(KIKO) 손실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경영진의 무리한 의사결정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전환이 이뤄져 주요 채권단의 지분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M&A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이해당사자인 양측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인수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고 있다. 베리엠앤씨의 배경에는 '인수합병의 전문가'로 통하는 김성균 대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 출생인 김 대표는 47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알덱스(613억원) 남광토건(1189억원), 온세텔레콤(949억원), 범양건영(569억원) 등 시가총액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형물건의 M&A를 성공시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인수한 기업들의 활발한 지분매매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얻고 있어, 추가적인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M&A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형인 향균씨와 함께 2004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원료를 납품하던 알덱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섰고, 특히 2005년에는 건설사인 남광토건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차종철 전 남광토건 회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었고, 2008년 4월에는 알덱스와 남광토건 등 계열사 지분을 대한전선에 총 8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또 50 %의 지분을 보유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베리아이비홀딩스를 통해 베리티비티(지분율 100%), 베리엠앤씨(지분율 100%), 범양건영(27.18%)을 종속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베리아이비는 상장회사인 알덱스 (4.19%, 542만452주), 온세텔레콤 (12.05%, 1817만6376주/11월 매각), 대경기계기술 (0.17%, 9만4570주) 등의 지분을 보유, 장부가액만 172억원을 넘어섰다. 비상장주식 보유액(장부가액 기준)은 108억원 규모다.
올 3월 들어 범양건영의 대표이사로 등극한 김 대표는 인수한 기업들의 지분매매를 거듭하며 수익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도 베리아이비가 보유한 온세텔레콤 지분 11.9%(1817만주)를 3차례에 걸쳐 1269억원 규모로 장내매도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거둬 들였다. 따라서 베리엠앤씨의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넉넉한 상태다.
일각에선 블록딜 형식으로 에스에이엠티에 대한 추가적인 지분 매입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 발생하는 주식가치 희석은 M&A 당사자 입장에서는 주식 매입의 적기"라며 "에스에이엠티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는 31일 이후의 베리엠앤씨를 포함한 베리아이비측 주식 보유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 의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베리아이비측도 추가 지분 취득 및 M&A 계획에 대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제한적인 답변을 통해 향후 지분 매입에 대한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음을 내비쳤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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