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형 ‘新 유비-노마드족’이 몰려온다
모바일 기기와 SNS 확산 시·공간 제약 감소
일상 속 ‘光速 소통’ 스마트라이프 신세계 활짝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 예스24를 이끌고 있는 김진수 대표는 비즈니스와 스마트폰의 만남을 즐기는 CEO다. 야후코리아 대표를 지낸 IT 전문가답게 정보통신 기술이 이끄는 변화에 대한 대응에도 민첩하다.
지난 3월 온라인서점 최초로 스마트폰을 통해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데 이어, 8월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연재소설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큰 변화의 바람에 맞서고 있는 출판업계에서 모바일 전자상거래 및 e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이처럼 김 대표는 스마트 기기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엔 드림위즈가 개발·운영 중인 한국형 트위터 클라이언트 서비스 ‘twtkr.com’과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이로써 예스24 사용자들이 twtkr에서 책 이미지와 정보를 빠르고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즉시 구매도 가능해졌다.
성공 가능성도 보았다. 그는 “애플리케이션 론칭 이후 실제 이를 통한 종이책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한다. 사무실, 집, 이동하는 차 안 등 어디서나 함께 한다.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인터넷.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해 급한 업무를 처리한다. 업무 중 중요한 사항을 기록해야 하거나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땐 스마트폰은 더욱 고마운 존재가 된다. 바로바로 내용을 기록하거나 전달할 수 있어서다. 평소 메모를 많이 하는 그는 요즘 ‘스마트폰 메모광’이 됐다.
시간이나 일정관리에도 유용하게 쓴다. 그는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자투리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며, 약속이 생길 때마다 일정을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어 복잡한 생활 속에서도 중요한 것들을 빠뜨리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기경영의 1인자로 유명한 공병호 소장은 ‘탁월한 시간관리’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에겐 1분 1초가 늘 귀중하다. 한 해 평균 5~6권의 책과 300~400건의 기고를 쓰고, 200~300회의 강연을 혼자 소화해낼 수 있는 것도 시간을 똑똑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늘 빡빡한 일정에 따라 잦은 이동을 해야 하는 공 소장에게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필수품이 됐다. 새벽 4시면 기상해 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24시간 모바일 기기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그가 가는 모든 장소가 연구실이 됐다. 장소를 초월하는 스마트 워크가 가능해진 것이다. 사무실이 아닌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외부 공간에서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통해 강연록을 짜거나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공 소장은 SNS를 통해서도 언제 어디서나 세상과 이야기한다. 그는 1만 6000명 정도의 팔로어를 갖고 있는 트위터 마니아다. 트위터를 통해 강연이나 집필의 영감을 얻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공 소장은 큰 조직의 울타리 안에서 정해진 룰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극히 미덕이었던 시대, 처음으로 개인이 하나의 기업처럼 스스로의 삶을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1인기업의 창시자가 됐다. 초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아직도 스마트 기기와 함께 스스로 자유롭다.
세계적인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해주는 인터넷, 모바일 컴퓨터, 휴대용 통신기기 등 디지털 시스템에서 우리의 삶은 ‘정착’을 거부하고 ‘유목’으로 변모한다고 했다. 그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과거 유목민처럼 디지털 장비로 무장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고 놀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열풍이 거세게 회오리쳤다. 이동전화, PC, 인터넷이 결합된 ‘손 안의 만능 상자’인 스마트 기기의 강력한 맞춤형 정보력과 이동성으로 김진수 대표, 공병호 박사 등 시대 흐름에 발빠른 CEO들 역시 新 유비-노마드족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활의 전부가 되어가는 스마트폰
물론 이 같은 변화는 일반 비즈니스맨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아이파크몰에서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민(45) 부장은 외부 미팅 중이나 매장을 돌 때도 24시간 ‘On’ 상태인 아이패드가 있어 늘 안심이 된다. 중간 관리자로서 업무를 보고 받고 수시로 결재를 해줘야 하는 김 부장에겐 신속한 업무처리가 늘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급한 업무에 대한 용건을 알리는 메시지가 ‘카카오톡(문자대화용 앱)’을 통해 뜨면 그 즉시 메일을 확인해 답변을 해준다. 9.8인치의 아이패드 화면에선 액셀이나 파워포인트 형식의 오피스 문서를 검토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홍보 업무에 필수적인 실시간 관련 기사 체크도 수월해졌다. 회사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오는 고객의 반응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어 마케터로서 업무 역량도 향상됐다.
업무 시간 이외에도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 속에서도 김 부장의 스마트라이프는 계속 가동된다. 아이패드의 알람 소리를 듣고 기상하고, 출근할 땐 막히는 구간을 살펴보기 위해 교통정보 앱 먼저 실행한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할 땐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잠자기 전에도 아이패드는 유용하다. 내일의 날씨를 확인하고 일정도 미리 체크하며 다음 날에 대한 하루 일과 계획을 세운다.
그는 스마트 기기와 SNS를 이용하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넓어졌다”고 얘기한다. 업무상 필요한 정보와 새로운 트렌드를 수시로 접할 수 있게 됐으며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아이디어도 많아졌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살고 있는 친척들과도 SNS를 통해 자주 교류함으로써 친밀감이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디아지오코리아의 기네스맥주 브랜드앰버서더인 정동호(32) 과장도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아침 출근길부터 달라짐을 느끼고 있다. 이동 중 미리 저장해 놓은 관심분야의 키워드로 검색된 신문기사를 체크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회사 업무도 보다 빠르고 활동적으로 바뀌었다. 회의 중 아이패드를 통해 각자 준비한 사진 자료 등을 보여주고 유튜브 검색으로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다 같이 공유한다. 외부 출력장치를 사용해 프레젠테이션도 바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정 과장은 아이패드를 자신이 맡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시청각 장비로도 ‘똑똑하게’ 활용하고 있다. 아이패드에 저장된 기네스맥주와 관련된 이미지, 동영상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네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사, 원산지인 아일랜드 등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업주들에게도 맥주 따르기나 관리 방법 등을 더욱 쉽게 전달하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외근이 잦아 영화 예약이나 은행 업무 같은 소소한 일들은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처리한다. 최근엔 친구들과의 식사 장소도 바로 검색해서 지도를 공유하거나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북과 같은 자유성 있는 앱에 자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모바일 기기의 사용으로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없어져 업무의 효율성이나 속도를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보 노출 등 프라이버시 침해나 기기로부터의 구속 등은 ‘독’이 될 수도 있는 점은 걱정이다.
이동 중 모바일기기 인터넷 접속 폭증
‘新 유비-노마드족’ 시대의 도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실태 조사>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과반수(51%)는 인터넷 활용과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정보공유 활동이 스마트폰 이용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이용자의 71.5%가 하루에 1번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59.4분이며, 1시간 이상을 이용한다고 답한 이도 41.5%에 달했다.
주된 인터넷 이용 장소는 ‘이동 중인 교통수단 안(77%)’이었다. 이외에도 과반수(약 60%) 이상이 길거리 등 실외장소에서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즉,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개인 맞춤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얼리어답터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최신 IT기기 보급의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新 유비-노마드족의 대량 출현도 예고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22일 기준 625만 명 선으로,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12.35%를 차지한다. 2009년 84만 명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스마트폰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 핫 트렌드 33>의 공동 저자인 박동욱 LG그룹 경영관리팀 차장은 “개인의 스마트 유저화로 원하는 정보를 즉시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첨단 모바일 기기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누가 더 시간을 초, 분 단위로 잘 활용하느냐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또 “IT 디바이스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복잡해짐에 따라 기기의 스마트화 경쟁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디바이스 자체이든, 연계된 서비스나 솔루션이든 시대의 변화에 따른 관련 트렌드를 세팅하지 못하는 기업은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 전민정 기자 puri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