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대한통운 사장 인터뷰 대담=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80년 전통 국내 最古기업 '한국 물류 역사'"
"올 매출 2조1000억 사상최대 실적 이끌어"
"전문인재·인프라 풍부 이머징시장서 승부"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80년을 이어온 전통과 강점을 계승 발전시켜 회사의 품격을 높이고 글로벌 선진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입니다."
연혁만을 놓고 보면 삼성과 현대,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한수 접어주는 업체가 있다. 삼성 73세ㆍ현대 65세ㆍLG 64세에 불과하지만 대한통운은 올해 80돌을 맞았다. 1930년 조선미곡창고로 출발 8ㆍ15 광복과 함께 성장했다. 33세되던 해 상호를 대한통운으로 변경했고 파란만장한 역사가 이어졌다. 정부관리기업에서 민영화돼 동아그룹이라는 새 주인을 만났다. 이후로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대한민국 물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환갑잔치는 성대하지 못했다.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으로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지정됐다.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시련이 끝난 줄 알았지만 금호아사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고난이 시작됐다.
이미 한차례 위기를 넘긴 대한통운은 이원태 사장을 필두로 모기업의 위기에 의연하게 대처했다. 임직원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집안을 돌보는 이 사장을 믿고 그의 경영철학을 따랐다. 그로부터 1년 후 대한통운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사장의 응접실은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따뜻했다. 서울 서소문 대한통운빌딩 13층 이원태 사장 응접실에 들어서자 '심일신로(心逸身勞)'가 적힌 액자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스트레스를 의식하지 말고, 마음은 편하게 하고 몸은 힘들게 부지런하게 움직이라는 뜻으로, 이원태 사장의 인생철학이다.
인생철학답게 이 사장은 대한통운이 맞이한 위기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 사장은 "심일신로(心逸身勞)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면서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히 본분을 다하면 즐거운 직장생활, 행복하고 보람이 넘치는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1월 취임 이래 이 사장은 줄곧 삼일신로를 몸소 실천하며 내실을 다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을 자주 찾았다. 무엇보다 임직원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위기 속에서도 임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본분을 다하니 실적은 자연스럽게 개선됐다.
올해 대한통운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2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1130여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4일 택배물량 2억상자를 돌파했다. 택배사업을 시작한 첫 해 취급물량이 100만 상자에 불과했으니, 17년 만에 200배 성장한 셈이다.
이 사장은 "최대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내 최대 인프라와 네트워크"라며 "우리 회사는 80년동안 축적된 전문 인재가 풍부하다"고 전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어려울수록 하나로 결집하는 뛰어난 조직력과 높은 질서의식, 깊은 신뢰 등의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내년 한국 물류산업을 지배할 트렌드에 대해서도 소견을 밝혔다. 글로벌과 정보기술(IT) 융합, 녹색물류가 내년 물류업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사장은 "물류업계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시장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정보기술은 스마트 사회로 급속히 진전되는 트렌드에 발맞춰 모바일을 활용한 물류 혁신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될 것"이며 "녹색물류에 대해서는 그린,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의 약진에 따라 계속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이 가운데 대한통운의 미래를 '글로벌화'로 중심을 잡고 5년 내 매출 5조원과 영업이익 4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항만, 택배, 국제물류 등에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중량물운송과 장비 등 시설 및 인적 자산에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이 사장은 "올해도 인천 송도신항 컨테이너부두, 군산 7부두, 경인 아라뱃길 김포 일반부두 등의 항만 운영사로 선정됐고 발주한 1만5000t급 자항선 2척도 내년 하반기에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택배터미널인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도 내년 1월 오픈하는 등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국제 물류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제조기업들과 해외에 동반 진출하거나 이미 국내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에 물류 거점을 확대해 글로벌 통합물류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출 중 절반 이상을 국제물류사업에서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이미 지난 7월에 원전, 건설 등의 플랜트 수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UAE에 주재원을 파견했다"며 "또한 자원부국들이 많고 경제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인도 등에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ㆍEU FTA 체결 효과가 기대되는 스페인, 프링스 등 유럽과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거점도 사업성을 판단해 단계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년 남짓하다고 하니, 근 한세기를 국가 경제 발전과 맥을 같이한 기업의 경영자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80년을 이어온 전통과 강점을 계승 발전시켜 회사의 품격을 높이고 글로벌 선진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리=임혜선 기자 lhsro@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임혜선 기자 lhs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