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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첫 도입 과학고 입시 '이렇게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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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첫 도입 과학고 입시 '이렇게 뽑았다' 실험실에서 과학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세종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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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전국 19개 과학고의 입시가 올해부터 바뀌었다. 암기식 지필고사가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대입처럼 똑같이 도입된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 불려진 올해 입시의 선발 잣대가 궁금했다. 지난 14일 서울 세종과학고를 찾아 입학사정관으로 활동 중인 최수일(50) 영재교육 부장으로부터 합격과 불합격의 운명을 가른 뒷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세종과학고가 뽑은 '차돌'같은 아이들 = 연신중의 한 학생은 중학교 2학년때 들어간 영재교육원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시험을 마음껏 할 수 없자 3학년때는 영재교육원을 포기하고 직접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주말마다 학교 과학실을 빌려 실험에 몰두했다. 이 학생은 실험에 밝은 과학 교사를 직접 '주말 선생님'으로 모시기도 했다. 수학ㆍ과학 내신 평균 상위 6% 가량의 이 합격생은 '자기주도학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소개됐다.


사교육으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사례도 있었다. 장충중의 한 학생은 자신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장나는 일을 겪으면서 IT활동을 시작했다. 보안업체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2008년부터는 한글과 컴퓨터 등의 IT리뷰어로 활동하면서 중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한컴 마스터 회원으로 선정돼기도 했다. 이 학생은 뚜렷한 '진로 목표'가 힘을 발휘한 경우다.

멀리는 파브르, 가까이는 개미 박사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뒤를 이으려는 학생도 있었다. 유치원 때부터 곤충에 관심을 보이면서 초ㆍ중학교 시절 학교 근처 야산과 광천 근처의 산을 방문해 채집활동을 해왔다. 2종류의 여왕 개미와 거미, 끈끈이 주걱 등을 실제로 키우고 있다. 관심이 호기심에 머무르지 않고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까지 이어졌으며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 스펙은 화려하지만 목표가 불분명한 '스폰지'는 곤란 = 반면에 충분한 내신 성적을 갖추고도 탈락한 학생이 있다. 대부분 '학습계획서'가 진실하다고 믿을 수 없거나 깊은 관심이 없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부풀려진 경우다.


최 사정관은 우선 방문 면접 당시 2~ 3곳의 학교에서 '추천서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실토하는 교사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과학고에 입학시키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원서를 쓰고 추천서를 지어낸 경우다. '성적은 좋지만 실제로는 과학에 흥미가 없어요'라는 평가를 듣는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과학고에서 공부해 인술을 베푸는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는 수준의 학습계획서를 제출한 경우도 합격이 어려웠다. 생리학자나 의공학자 등의 목표도 아니고 단순히 의대를 가려는 생각이라면 굳이 과학고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세종과학고 입학사정관들의 판단이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장래 희망도 중요하다. 1학년 때 경찰, 2학년 때 증권 전문가로 적어놓고 3학년에 들어와서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학생이 그런 사례다. 최 사정관은 "학년 초에 진로조사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학년 때까지는 다른 꿈이 있었지만 2학년에 과학 캠프를 경험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갖게 됐다"는 정도의 앞뒤 정황을 보여주는 설명도 없이 덜렁 과학고에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자신이 내세우는 관심 분야에서 확실한 지식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불합격이다.


최 사정관은 "한 학생이 '통일장 이론'에 관심이 크다고 해서 방문 면접때 어떤 이론인지 물어보았더니 만유인력, 전기력, 자기력, 핵력 등 4가지 힘의 상호 관계를 하나의 통일된 이론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라고 술술 답변을 했다는 것. 그런데 그 네 가지 힘 가운데 한 가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보라고 하자 말문이 막히더라"며 혀를 끌끌 찼다. 물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입학사정관제 첫 도입 과학고 입시 '이렇게 뽑았다' 최수일 세종과학고 영재교육부장(입학사정관)


◆ 합격으로 가는 길…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그렇다면 합격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최 사정관이 강조하는 3가지는 과학고 적응 가능성, 과학에 대한 의지 그리고 발전 가능성이다.


과학고에 잘 적응하려면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 성적'이 좋아야 한다. 심화 과정을 공부하는 과학고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 성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사정관은 "세종과학고의 경우 수학, 과학 평균 상위 10% 선을 기준으로 다양한 학생들이 지원한다"면서 "이제 백분율을 단순히 점수화하지는 않으며 퍼센테이지에 따라 사정관들의 머릿속에 등급화되는 수준이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예를 든 3명의 학생들도 성적이 많이 뒤처졌다면 합격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관련해서는 '집요함'과 '집중력'을 살핀다는 설명이다. 같은 탐구활동을 하더라도 더 깊게 파고드는 모습을 '학습계획서' 등을 통해 확인한다는 것이다. 3명의 학생들이 사정관 개개인을 강하게 '유혹'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발전가능성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공통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다. 내신 성적이 비교적 떨어지더라도 1~3학년을 거치면서 성적이 점점 오르고 있다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최 사정관은 "올해는 30%의 학생만을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선발했지만 빠르면 1~ 2년 안에 과학고 입학생 전원을 이 전형으로 뽑게 될 것"이라며 "수험생들이 과학고 입시를 '과학고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가 아니라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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