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1' 타이틀리스트가 팔린다고? <종합>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지구촌 최대 골프용품기업인 아쿠쉬네트가 매각 리스트에 올라 화제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홈페이지(www.golfdigest.com)를 통해 "아쿠쉬네트의 모회사인 포춘브랜즈가 매각 또는 분사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피나클 등의 브랜드 등을 통해 약 10억 달러(약 1조114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다. 프로v1 골프볼과 골프채, 골프화 등은 각 분야별 매출 1위의 명성을 구가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매각 배경에 대해 미국에서는 이미 골프가 사양 산업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포춘브랜즈는 주류와 가정 및 보안사업부, 골프 등 3가지 주력 분야가 있다. 핵심은 독립상장사로 주류사업을 지속하고, 가정 및 보안사업부는 기업 분할, 골프는 매각 또는 기업 분할 등이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없는 계열사를 각각의 기업으로 독립시키는 동시에 골프 분야는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골프의 경우 세계 최고의 정상급 명성을 유지하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내 다른 골프용품기업에서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 먼저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캘러웨이는 2003년 톱플라이트를 1억7900만 달러에, 일본 SRI스포츠는 2년 전 클리브랜드를 1억3250만 달러에 사들였다. 아쿠쉬네트의 매출액과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10억 달러 이상에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더욱이 독과점금지법으로 기존의 대형 골프용품기업의 인수가 더욱 쉽지 않다. 타이틀리스트는 특히 시장점유율은 물론 볼 기술 가운데 약 40%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고, 풋조이 역시 골프화와 골프장갑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내 경기가 상당히 위축돼 있고, 골프산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그래서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 등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아시아 기업에서의 인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폭발적인 골프 붐과 함께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최대 '복병'이다. 중국은 건설 중이거나 기획 단계에 있는 골프장이 1000개, 2020년에는 골프인구가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골프신대륙'으로 주목받고 있다.

월리 유라인 아쿠쉬네트 회장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든 독립상장사가 되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사회는 "매각 혹은 분리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면서 "구조와 시기, 다른 비즈니스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몇 개월 안에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