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술 논란 주가 반토막 상태서 대표 지분매각 올 최저수준 하락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알앤엘바이오가 시가총액 1조원이 되기 이전엔 적대적 M&A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분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대표이사가 장내매도를 통해 75만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언한 발언이다.
그 후 1년이 지나 라 대표의 이 약속은 비수로 돌아왔다. 갑작스런 라 대표의 알앤엘바이오 지분 매도 소식이 알려지며 개인 실망 매도 물량이 덩달아 대거 출회됐다. 알앤엘바이오 주가는 9일 오전 9시3분 현재 2690원으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불만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때 바이오업계 라이벌로 불렸던 셀트리온이 같은시간 3만5250원으로 시총 4조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대장주로 성장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라 대표는 왜 이런 무리한 발언을 해놓고도 약속을 어겼을까.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장종료 이후 알앤엘바이오는 라 대표가 보통주 155만6260주를 장내매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앤엘바이오의 최대주주인 라 대표의 지분율은 10%이하로 줄어들었다. 총 매각대금은 45억여원.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8일 주가는 장 초반부터 돌아서며 전일 대비 3.49%내린 주당 26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52주 최고가인 6600원 대비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4월30일 1만1970원에 비하면 14% 수준이다.
회사측은 라 대표의 지분 매각에 대해 배양센터 해외이전과 관련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회사에 부담을 주기 보다는 주식 매각대금 45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라 대표의 약속 불이행과 매각 시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줄기세포치료 해외시술 논란의 여파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라 대표의 주식 매도는 주가에 엎친데 덥친 격이 됐다.
게다가 라 대표는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팔았다. 라 대표의 자사주 매수 가격은 주당 3000원대 중반이었다. 반면 매각 가격은 2870~2960원대다.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매도해야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상폐대비반이라는 아이디(ID)를 사용하는 한 개인 투자자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수해도 부족할 판에 이렇게 불안하고 공포스러운때 지분을 매도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라 대표가 당초 한 약속을 1년만에 뒤집었다"며 "배경이 어떻든 간에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1년만에 헌신짝처럼 버리는 회사를 더이상 믿을 수 있겠냐"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지난달 줄기세포 치료시술과 관련한 논란으로 타격이 큰 가운데 신속하게 회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주주 스스로 추가 금융권 차입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알앤엘바이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총계는 지난해말 기준 214억원에서 49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매입채무 미지급금 단기차입금 등이 지난해 온기 대비 대폭 늘었다. 추가적인 금융권 차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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