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뽀미언니' 이보미(22ㆍ하이마트)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이보미는 상금여왕 등 '4관왕'에 오른 뒤에도 "(나도) 이렇게 잘 할지 몰랐다"면서 실감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보미는 그러나 곧바로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바로 일본 무대다. 내년 시즌 일본 진출을 위해 이미 퀄리파잉(Q)스쿨에 나선 이보미가 세계무대를 향해 가볍게 첫걸음을 뗐다.
▲ "늦었지만 괜찮아~"= 강원도 인제 출신의 이보미는 딸 넷의 '딸부자집' 둘째로, 산과 들을 뛰어놀며 씩씩하게 자란 시골소녀였다. 친구 따라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아버지 이석주(52)씨는 예쁜 딸에게 이왕이면 '고운 운동'을 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원으로 골프유학을 왔다.
2007년 건국대학교에 진학한 뒤 그해 8월에 프로로 전향했다. 동갑내기 신지애(미래에셋)와 박인비(SK텔레콤), 김인경(하나금융) 등의 맹활약에 비하면 더딘 행보였다. 2008년 정규투어 시드전에 탈락해 2부 투어를 두 해나 뛰어야 했다. 그래도 역시 실력은 남달랐다. 2승을 올리며 2부 투어 상금왕을 차지해 지난해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 이보미 '전성시대'= 지난해 8월 넵스마스터피스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올해는 시즌 최다승인 3승을 수확했다. 느렸지만 모든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 차근차근 일궈내는 케이스다. 밝고 쾌활한 성격대로 서두르지 않았던 것이 더 단단한 이보미를 만든 것이다. 이제는 '스마일캔디'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미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올 시즌은 출발부터 좋았다. 시즌 초반인 4월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일찌감치 첫 우승을 신고했다. 상반기에는 더 이상 우승이 없었지만 '톱 10'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안정된 샷 감각을 자랑했다. 9월에는 대우증권클래식에서 2승째를, 한 달 뒤 KB국민은행스타투어에서는 3승째를 챙기면서 다승왕을 예약했다.
무엇보다 3승을 포함해 14개 대회에서 '톱 10'에 진입한 일관성이 동력이 됐다. 그 결과 상금랭킹 1위(5억5737만원)와 대상 포인트 1위(391점), 최저평균타수(70.78), 시즌 최다승(3승) 등 4개 부문에서 수위에 올랐다. 이보미는 "당초 목표는 지난해 상금랭킹 5위 보다 조금만 더 잘하자는 것이었다"면서 겸손한 자세를 견지했다.
▲ "이제부터 일본이다"= 이보미는 한국에서의 인기를 뒤로 하고 일본행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상금랭킹을 토대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3차 Q스쿨까지 통과했고, 최종전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한국투어에 아쉬움은 없느냐"고 묻자 "프로로 데뷔할 때부터 정해둔 절차일 뿐"이라며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각각 2년씩이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대답했다.
이보미는 이어 "미국 무대까지 경험한 뒤에는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려고 한다"는 색다른 포부도 밝혔다. "지금까지 잘 해 왔고, 일본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보미는 "올해는 샷 위주의 연습량을 크게 늘려 그 어느 때보다 샷 감각이 좋았다"며 "일본 코스는 숏게임이 관건이라 이번 동계훈련에서는 이를 집중 보강할 계획"이라고 동계훈련 계획도 미리 소개했다.
▲ 이보미의 '비밀병기'는= 이보미의 드라이브 샷 평균비거리는 11위(251.79야드)다. 160cm의 크지 않은 키에 비하면 훌륭하다.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FT투어, 로프트 8.5도에 샤프트플렉스는 S다. 우드는 디아블로엣지 투어 15와 18도에 21도짜리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다. 아이언은 캘러웨이 X포지드 아이언 4~ 9번, 웨지는 X포지드 52와 56도다. 퍼터는 오디세이 화이트핫 XG막스맨, 볼은 투어아이에스(4피스)를 사용한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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