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23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돼있던 불법사찰 증거를 인멸하면서 '디가우저(degausser)'라는 하드디스크 파괴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진모 전 기획총괄과장이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삭제한 데 이어 하드디스크를 컴퓨터에서 분리해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디가우저 전문 업체에 맡겼다는 것.
디가우저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플로피 디스크에 기록된 데이터를 파괴하는 장비다. 하드디스크는 얇은 자성물질로 덮힌 금속판을 겹쳐 놓은 형태로 이 금속판 위에 정보를 기록한다. 때문에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면 자력 성질이 사라지면서 정보가 깨끗이 지워져버린다. 자석에 닿은 신용카드의 마그네틱이 손상되는 원리와 같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삭제하거나 하드디스크를 포맷해도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내용을 거의 살려낼 수 있다. 심지어 하드디스크를 물에 빠뜨리거나 심하게 파손시켜도 하드디스크에 정보가 기록된 자력선이 남아 있으면 복구된다. 그러나 디가우저로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면 복구 방법이 없다.
원래 디가우저는 정보 보안이 중요시되는 정부기관이나 방송산업, 금융기관 등에서 사용된다. 개인정보나 기밀 자료 등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2006년에는 국가정보원이 '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지침' 등 데이터 저장장치 폐기지침을 정하며 국가 기관들도 디가우저를 들여놨다.
디가우저는 태양 흑점이 내뿜는 자기장(약 1000에르스탯)의 7~8배에 달하는 자기장을 사용하며 하드디스크 한 개를 파괴할 수 있는 작은 기기는 1000여만원, 여러 대를 한꺼번에 파괴할 수 있는 큰 기기는 1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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