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세 부산대학교 총장이 말하는 책 ‘행복의 조건’
[아시아경제 교육문화팀] 여러분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가?'는 동서고금의 남녀노소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화두입니다.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교수팀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1937년부터 지금까지 73년째 하버드 졸업생 814명의 삶을 추적해왔습니다. 그는 행복이 돈이나 명예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행복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 즉 '적극적인 방어기제'에 달려있다며 평생 끊임없이 배우고 유머를 즐기며 친구를 사귀라고 충고합니다. 김인세 부산대 총장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기초가 '인간관계'에 있다며 베일런트 교수의 '행복의 조건'을 일독할 것을 권해왔습니다. <편집자>
'행복의 조건'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법칙을 담은 한 편의 인간 성장 보고서다. 이 책에는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팀'의 연구 대상들이 어떻게 행복한 삶 또는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중 나는 '수잔 웰컴'이라는 여성을 통해서 '쇳조각에서 금을 만들어내는 삶의 연금술'을 보았다.
행복의 법칙을 발견하기 전까지 그녀의 삶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툭하면 수잔을 낳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곤 했다. 딸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안 어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왈츠 곡만 연주하게 했다. 수잔이 할 수 있는 것은 피아노 자체를 포기해버림으로써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반항하려고 학교를 그만두고 간호학교에 진학해 버렸다.
그런 수잔이 반항심 넘치는 방황의 시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가치 있는 자아를 창조해낼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조지 베일런트의 주된 연구 주제이자 행복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변수인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었다. 자신에게 닥친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인생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27살 때 갑상선종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이른 바 에피퍼니(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진실의 전모를 파악하는 순간)를 경험했다. "억눌린 분노가 갑상선종과 함께 잘려나가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 그녀는 수술 이후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풀기 위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대신 다른 사람에 대한 성숙한 배려와 인내를 몸에 익혔다.
그 이후 수잔 웰컴은 보잘 것 없는 쇳조각을 애정 어린 봉사라는 황금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44세에 수잔 웰컴은 다시 간호사가 되었다. 이번에는 자신을 학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세상에 되돌려주고 싶어서였다. 47세에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웰컴은 어릴 때 쳤던 바로 그 피아노로 다른 여성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76세 할머니가 된 웰컴은 집으로 10대 아이들을 초대해 당구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나는 웰컴의 인생을 통해 성숙한 70대 노인들도 여전히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삶을 보면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열쇠가 신의 뜻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부르는 '행복의 조건' 7가지는 타고난 부, 명예, 학벌 따위가 아니었다. 조건들 가운데 으뜸은 '고통에 대처하는 삶의 자세'였다. 그 다음으로 평생 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비흡연, 적당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 등을 꼽았다.
나는 부산대학교가 학생들에게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만드는 에피퍼니가 되길 바란다. 또 학생들이 '더 좋은 의사를 만나는 부자들보다 늘 배우고 익히는 평생 학습자들이 훨씬 건강하고 행복했다'는 명제를 증명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복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대학교는 개방교육을 통한 평생학습 체제를 구축해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배움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삶을 배우려면 일생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 수잔 웰컴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발견하길 바란다.
교육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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