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환율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G20이 해결책 도출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향후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과 경상수지 목표제라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G20에 참석했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커녕 세계 각국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도 힘겨운 모습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에 도착하기 전 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추가 양적완화(QE2)를 변호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 소득 및 소비 증대 등의 미국 경제 회복은 세계 경제 회복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면서 “달러의 가치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1일 G20 공식 일정에 앞서 가진 양자회담의 결과는 처참했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 개혁을 추진하되, 점진적인 속도를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독일은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양국은 QE2에 대한 공격 수위 역시 늦추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티머시 가이트너 미(美) 재무장관이 12일 중국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와 만남을 갖지만, G20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환율 조작국 지정하나? = 가이트너 장관은 1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한 시장 압박을 무시한다면 인플레이션 급등과 자산 가격 상승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시 한번 위안화의 빠른 절상을 요구했다.
최근 중국은 일부 대형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하며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10일에는 달러-위안 환율을 6.6450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역대 최고치까지 끌어 올렸다. G20을 앞두고 깜짝 이벤트를 벌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중국인민은행이 앞으로도 위안화 절상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최악의 경우 가이트너 장관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15일로 예정돼 있던 하반기 환율 정책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 이 보고서에는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가 포함될 예정이었다.
당시 재무부는 G20과 13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G20의 결과가 중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위스, 대만, 홍콩 등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의 상원 통과 역시 G20의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법안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원의 올해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으로 이 법안을 넘길 가능성이 크며, 민주당에 비해 친중국 성향이 강한 공화당이 상원에서 입지를 강화함에 따라 이 법안의 표결이 연기되거나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경상수지 목표제 난망 = G20에서 ‘경상수지의 예시적인(indicative) 가이드라인 설정’은 수치를 정하는 대신 구체적인 합의 시한을 내년도 프랑스 G20 정상회의로 정하는 선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반대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내년에 가서도 미국이 바라는 대로 구체적인 수치가 지정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프랑스 회의에서 또 다른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동안 줄곧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 통화체제를 주장해 왔기 때문. 사르코지 대통령은 “달러가 더 이상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파리 회의에서 국제 통화 시스템 개혁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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