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영국의 병아리 부화 공장에서 갓 부화한 수컷들을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 처리하는 잔학 행위가 동영상으로 공개돼 많은 네티즌이 경악하고 있다.
동영상에서 노란 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들은 공산품처럼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한다. 그 사이 병아리 감별사들이 날랜 손놀림으로 수컷과 암컷을 따로 구분한다.
이때 수컷은 분쇄기와 연결된 대형 파이프 구멍 안으로 던져져 분쇄기 안에서 죽임을 당한다. 아니면 가스로 순간 안락사를 당하기도 한다.
동영상은 동물보호단체 ‘비바’ 회원이 지난 8월 영국의 두 부화 공장에서 몰래 찍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살아남은 암컷 병아리들은 일련의 기계 안으로 처박힌다. 병아리 부리 끝을 자동으로 제거하고 예방 접종도 자동으로 알아서 하는 기계다.
몇몇 부화장에서는 열선(熱線)으로 부리 끝을 제거한다고.
이는 평생 좁은 닭장 안에서 살아야 하는 병아리들이 스트레스에 못 이겨 서로 쪼아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막기 위함이다.
한 부화장은 수컷 병아리들을 가스실에서 순간 안락사시킨 뒤 파충류의 먹이로 판매한다.
이런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정부로부터 승인 받은 방법인 것이다.
비바가 이번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부화장에서 자행되는 이런 잔혹 행위에 대해 널리 알려 채식을 권장하기 위해서다.
비바의 저스틴 커스웰 이사는 “양계업계가 가장 감추고 싶어했던 게 이런 현실이었을 것”이라며 “이는 밥상에 단지 달걀을 올리기 위해 벌어지는 참상”이라고 말했다.
양란업계 로비단체인 ‘영국계란정보서비스’는 이와 관련해 “살아 있는 수컷 병아리들을 분쇄기에 넣어 가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설령 그렇게 해도 불법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양란업계는 수컷 병아리들이 파충류 등 다른 동물의 귀중한 먹을 거리로 쓰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살아 있는 닭을 분쇄기에 넣는 것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다.
사실 지난해 9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본부를 둔 동물보호단체 ‘머시 포 애니멀스’도 아이오와주 스펜서 소재 ‘하이라인 노스 아메리카’ 부화 공장의 직원으로 취직해 들어가 이번과 같은 수컷 병아리들의 참상을 몰래 찍어 폭로한 바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