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배영수가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 최대어인 그는 최근 삼성과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대신 일본구단과 접촉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본야구계는 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스포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은 “배영수가 일본 야구계에 도전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이들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본 무대에 서고 싶다”, “현재 일본 구단의 오퍼를 기다리고 있다” 등의 의사 표현을 싣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구단으로는 크게 두 곳이 거론된다. 야쿠르트와 한신이다. 두 구단은 국내에 스카우트를 파견할 정도로 세세하게 그를 관찰했다.
뜨거웠던 관심은 최근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야쿠르트는 배영수의 선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임창용과 계약이 더 시급하다”며 “배영수는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야쿠르트는 올 시즌 젊은 투수들로 새롭게 선발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시카와 마사노리, 다테야마 쇼헤이, 무라나카 쿄헤이 등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만 4명이다. 배영수의 영입에 느긋함을 보이는 이유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야쿠르트는 저렴한 비용으로 재미를 본 임창용의 사례를 재현하고 싶어한다”며 “배영수는 얼마 전까지 그 적격자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구단 내 회의에서 타선에 더 힘을 쏟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봉을 대폭 낮추지 않은 한 계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한신은 어떠할까. 올 시즌 성적은 2위였다. 팀 타율 1위(.290)를 자랑했지만 불안한 투수진에 매번 땅을 쳤다. 구보 야스트모와 제이슨 스탄릿지 외에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긴 투수가 없었다. 배영수에게 충분히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지 한 관계자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운을 뗀 뒤 “최근 배영수가 보인 강한 의지에 좋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영수가 에이전트 박유현 씨에게 모든 협상을 일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태도 등에서 협상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그는 “현재 타 구단 1-2곳도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 소속팀 삼성은 배영수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일본과 협상 기한이 끝날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배영수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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