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라벨링制 또다른 장벽
브랜드가치 제고가 최고 경쟁력
[김종호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지난달 6일 한ㆍ유럽연합(EU)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2007년 FTA 협상을 시작한 지 3년5개월만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향후 5년 이내에 대부분 품목에서 관세가 철폐된다. 통상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의 대표적인 수혜품목으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꼽고 있다. 한국의 대(對) EU 수출 중 약 94%를 점하는 제조업에서 자동차와 기계 부문이 현재 72%를 차지하고 있어 관세 철폐 시 유럽 내 한국 중ㆍ소형차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FTA 체결이 곧 한국 기업의 수출 증대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손해 보며 하는 장사 없듯 EU 역시 자신들의 손익을 따져 이번 협정을 체결했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먼 한국 기업들은 그들의 의중을 파악한 한발 앞선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 첫 번째가 EU의 각종 규제 정책에 대한 대응이다. 이번 한ㆍEU FTA 체결로 많은 무역 장벽이 사라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 철폐되는 규제가 아닌 소비자의 포커스와 궤를 같이하는 미래형 규제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환경 규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강화된 유해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6가 2014년도부터 시행된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유로-5 규정에 맞춘 자동차들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은 유로-6 규정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앞세워 유럽시장에서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타이어 업계는 환경규제에 대한 중요성을 조기에 인식하고, 초기부터 EU의 타이어 환경 규격인 라벨링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해왔다. EU는 타이어 연비, 빗길 제동성능, 소음 등에 대한 시험 결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 라벨 부착을 2012년부터 의무화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이미 국내 라벨링 제도에 관해서는 업계 최다인 17개 제품에 환경인증을 획득할 정도로 기술적 성과를 내고 있다. 게다가 EU의 라벨링 제도는 금호타이어에 되레 세계시장에서 제품의 질을 겨뤄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이제는 라벨링 인증이 없으면 EU 국가에 수출조차 하지 못하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돼버렸다.
두 번째로 '브랜드 가치'를 항상 고심해야 한다. 올 초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있었다. 몇 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실질 손해는 논외로 치더라도 글로벌 1위 기업인 도요타의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는 땅에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100대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 도요타는 벤츠와 BMW를 제치고 여전히 자동차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빠른 회복의 원동력은 딜러들의 노하우를 살린 독창적이고 섬세한 고객관리에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업과 소비자와의 신뢰 이상의 믿음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는 좋은 제품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있어야 맺을 수 있는 열매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을 자사의 팬으로까지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특히 까다로운 유럽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섬세한 고객관리를 통한 서비스 이상의 감동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지난 세기의 공상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 오히려 지금 이뤄야 할 목표는 눈앞의 현실이다. FTA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그 기회를 어떤 방법으로 잡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고 기존의 위치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수용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의 연구 개발이 기업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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