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종규 기자]“마지막까지 좋은 팀에서 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재현은 요즘 선수단 칭찬에 여념이 없다.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그는 달라진 선수들 덕분에 마음 놓고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SK는 지난 2007년부터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까지 공통적인 결과는 1차전에서 반드시 패했다는 것이었다. 2007년부터 2년 연속으로 두산에게 1차전을 내주고도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차전에서 패배한 뒤 KIA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그래서 올해는 부담이 더했다.
지난 15일 삼성과의 1차전에서 SK는 9-5로 승리했다. 이로써 3년간 이어졌던 ‘1차전 패배 징크스’가 깨졌다. 김재현은 그 원동력으로 선수들의 달라진 자세를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항상 한국시리즈 첫 경기를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이기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생각으로 연습하다보니 타자들의 스윙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해결하려는 의욕보다는 정확한 타격으로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것이었다.
김재현은 1차전에서 지켜본 선수들에 대해 “3년 동안 한국시리즈를 겪어봐서 그런지 좋은 경기를 했다”며 “처음에는 다들 자기도 모르게 의욕이 앞서 스윙이 커졌는데, 곧 타격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규시즌 때는 장타를 의식하고 타석에 들어설 때가 많지만, 지금은 팀 타선 전체가 무조건 1루에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루상에 주자가 많이 나가다보니 상대가 흔들릴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김재현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장인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고 한다. “선수들 모두가 ‘1차전 징크스’를 깨자는 목적을 가지고 팀플레이를 했다. 그런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서로 감동받는 게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나도 선수들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저 잘 한 선수들은 격려해주고, 부진한 선수들은 위로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김재현은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 어떻게 대비해야 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며 “모든 것을 선수들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들 알아서 잘 해주니까 분위기를 잡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근 감독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팀의 모습도 변했다고 전했다. “특별히 아픈 데가 있는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특타를 자청한다. 그런 모습들을 본 감독님도 이제 선수들을 통제하시지 않는다. 이렇듯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선수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이다.”
김재현은 또 팀의 젊은 에이스 김광현의 자세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김광현은 1차전에서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된 뒤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사실 부진한 게 죄송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나도 김광현의 나이 때 저런 모습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독님 밑에서 잘 참고 견디며 이렇게 성장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좋은 팀에서 뛰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재현의 표정에서는 안심하고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다는 심정이 드러났다. 과연 그가 팀 우승과 함께 홀가분하게 은퇴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스포츠투데이 박종규 기자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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