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슈퍼골잡이' 여민지(17)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2015년 성인 월드컵에서 명실공히 한국 여자축구를 세계 최고로 올려놓는 일이 남았다.
여민지는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서 한국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데 이어 골든볼(최우수선수)과 골든슈(득점왕)까지 거머쥐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한국 축구가 FIFA 주관대회서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국 선수가 3관왕에 오른 것도 여민지가 최초다.
이로써 여민지가 한국 여자 축구의 차세대 대들보로 우뚝 서며 오는 2015년 성인월드컵에서 '언니' 지소연과 얼마나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한국 축구를 또다시 세계 무대 중심에 놓을 지 관심이다. 한국은 2007년과 2011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해 2015년 월드컵서 여민지와 지소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민지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발자취는 그대로 한국 축구의 새 역사가 됐다. 무릎 부상 속에서도 매 경기 투혼을 발휘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치른 6경기에 모두 출전해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했다.
남아공과 1차전서 1골 1도움을 올렸고 멕시코와 2차전서 선발로 나와 2골이나 뽑아냈다. 독일과 3차전에서 잠시 침묵했던 여민지는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승부처마다 득점을 성공시키며 무려 4골을 몰아쳤다. 4골은 역대 한국 선수가 세운 FIFA 대회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이다. 추석이었던 지난 22일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도 천금같은 동점골과 도움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여민지는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라 일찌감치 차세대 대들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를 다치며 U-17 월드컵을 앞둔 전지훈련과 평가전에 참가하지 못해 자칫 대회 출전마저 위태로웠지만 특유의 집중력으로 이겨냈다.
여민지의 최대 강점은 타고난 센스와 집중력으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드리블과 돌파, 슈팅, 패스를 할 타이밍을 정확히 간파하고 그대로 그라운드 위에 그려낸다는 점이다.
비록 "내 등번호(10번) 만큼 골 수를 채우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사상 첫 우승과 트리플크라운의 대기록을 달성한 여민지. 여자축구 황금시대를 활짝 연 그의 행보가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