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SK 김성근 감독이 양준혁(41, 삼성)의 은퇴경기를 바라보며 한국야구 방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양준혁은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경기 전부터 대구구장 주변은 입장권을 구하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몇몇 팬들은 전날 오전 텐트까지 치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은퇴 경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열기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 구단은 마케팅 담당 직원들을 총동원하는 등 총 1억 원 가까이의 비용을 사용해 최고 스타의 은퇴경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자리를 함께할 수 있는 팬은 제한됐다. 대구구장의 총 좌석 수는 1만 석.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구장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많은 팬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광경에 이날 상대팀 수장이던 SK 김성근 감독은 안타까움을 늘어놓았다. 그는 “구장에 입장하며 표를 구하지 못해 돌아가는 팬들을 여럿 보았다”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수 은퇴 자리가 이렇게 퇴색돼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아직도 야구 후진국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매번 “새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말만 거듭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지역자치단체들이 힘을 써줘야 하는데 늘 말에 그친다”며 “야구 환경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생각은 이날 은퇴식을 가진 양준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중석으로 몰려드는 많은 팬들을 바라보며 “나의 은퇴경기를 보러 와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대구구장이 크고 좋았다면 더 많은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표가 없어 함께 하지 못한 팬들에게 너무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매번 야구장 새 건립을 공언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이에 이날 대구구장을 찾은 한 야구 관계자는 “야구가 정치인들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며 “선수들의 실력과 야구 인프라가 반비례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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