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 추석 연휴 맞아 해외여행객 북적대는 인천공항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 19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수속장 한 구석. 수속을 마친 후 출국장으로 들어가려는 한 남자와 배웅하러 온 다른 한 남자가 꼭 껴안으며 이별의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잠시 후 키스(!)까지 마친 두 남자는 아쉬운듯 손을 꼭 맞잡았다. 이들의 애타는 이별은 여권을 손에 든 이가 출국장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됐다.
#2. 같은 시간 출국수속장 서편 끝 데스크 앞에서 만난 김청웅(67ㆍ경기도 분당) 할아버지. 그는 할머니는 물론 아들과 며느리, 손자 2명 등 6명이라는 대식구를 데리고 말레이시아의 유명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석달전부터 예약을 해 놓고 이번 여행을 기다렸다. 가족끼리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길어서 모처럼 편하게 쉬고 즐기다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 G구역 데스크 앞에서 만난 강인석(51ㆍ서울 은평구)씨는 부인ㆍ아들과 함께 미국의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길이다. 부인의 동생이 결혼하는 덕분에 10여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강씨는 "결혼식을 일부러 한국의 연휴에 맞춰서 날짜를 잡았다"며 "일정이 없는 날은 하루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오랜만의 가족끼리 가는 해외여행인 만큼 현지 사정을 봐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4.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1층에 위치한 입국장 5번 구역의 벤치에 앉아 있던 김 모(55) 할머니는 중국에 유학가 있던 둘째 아들(26)을 마중나온 길이었다. 국내의 대학까지 나왔지만 진로를 다시 찾겠다며 중국으로 떠난 아들이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경기도 구리에서 인천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달려 왔다. 김 할머니는 "명절이지만 연휴가 짧으면 귀국을 못해 모처럼 모이는 친척들끼리의 자리에 아들이 빠져서 섭섭했는데 이번 연휴는 길어서 아들이 귀국한다고 연락이 왔다"며 "지난 설에도 보지 못해 거의 1년 반 만에 만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은 폭우 속에서도 이별의 서글품, 해외여행을 떠나는 설레임과 기대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반가움으로 들끓고 있었다.
샌드위치 휴일이 겹쳐 사상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 연휴가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특히 이날 공항 여객터미널은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출국수속장 A구역 입구에서 만난 인천공항공사 직원 H씨는 "어제와 그제는 정말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고, 오늘은 더 많은 것 같다"며 "평상시와는 달리 단체 여행객이나 비즈니스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보다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과 함께 동남아나 일본 중국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몰리는 여행객들로 인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내의 각종 편의시설에도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페스트푸드점에는 늦은 점심식사를 때우는 이들로 빈자리가 없었고, 면세점과 약국 서점 환전소 등에서도 연신 사람들이 줄을 서 물건을 샀다.
특히 1층 귀국장에는 추석을 맞아 귀향 또는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반가운 사람이, 기다리던 손님이 올 때마다 환호성과 반가움이 가득찬 소란이 일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에도 여객터미널 3층의 버스 정거장에 멈춰선 버스는 연신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여객터미널 2층의 지난 2008년 개통한 인천공항철도로 통하는 통로에서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설레임이 가득한 표정의 아이들이 부모님이 끄는 짐수레에 올라 앉아 밝게 웃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누군가 인천공항에 대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다리'라고 했다. 이날 만큼은 인천공항이 사람들과 사람들사이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꽤나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6일까지 9일간 인천공항 이용객이 약 90만명에 달하는 등 2002년 개항 이후 명절 연휴 동안 이용객의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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