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짧은 연휴만큼이나 코미디 영화도 단 한 편 없어 삭막했던 지난해 추석 극장가와 달리 올해 추석 극장가는 넉넉한 연휴와 함께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가 풍년이다.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등 핏빛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한 8월에 이어 9월 극장가는 밝고 명랑한 코미디 영화들로 '웃음 풍년'을 맞고 있다. 9일 개봉한 인기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영화판을 시작으로 추석 극장가를 정면으로 겨냥한 한국 코미디 '퀴즈왕'과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관객을 찾아갔다.
이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장진 감독의 '퀴즈왕'과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펼치는 웃음 대결이다. 두 영화는 16일부터 추석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달콤쌉쌀한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로 유명한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기발한 작전을 짜 주는 연애조작단의 이야기로 에이전시 대표 엄태웅을 비롯해 '의뢰남' 최다니엘, '타깃녀' 이민정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의 초반 웃음은 감초 조연으로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송새벽이 책임진다. 머뭇거리는 행동과 어눌한 말투로 이미 '방자전'에서 변학도 역으로 큰 웃음을 준 바 있는 그는 이 영화 초반부에서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선아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등장해 엉뚱한 캐릭터로 관객에게 폭소를 선물한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캐릭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최다니엘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특히 초반부에 그가 극중 이민정에게 잘 보이려다 바보가 되는 상황이나 끝 부분에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등은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영화 첫 공개 후 일반 대중은 물론 평단으로부터도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평을 받으며 순항을 막 시작했다.
◆ 133억원을 노려라! 좌충우돌 퀴즈쇼 '퀴즈왕'
'퀴즈왕'은 누적상금 133억원을 노리는 도전자들의 코믹한 경쟁을 그린 영화다. 등장인물 15명이 우연히 마지막 정답만을 알게 된 채 퀴즈쇼에 참여한다는 설정부터 흥미를 끈다. 장진 감독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와 상황 설정, 김수로 정재영 임원희 신하균 이한위 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지난해 '굿모닝 프레지던트'로 저력을 과시한 바 있는 장진 감독이 이번에는 소박한 코미디로 돌아왔다. '퀴즈왕'은 황당한 상황 속에 놓인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연쇄 추돌 사건으로 경찰서에 모인 사람들만 해도 흥신소 해결사들, 우울증 환자들, 도박꾼 남편과 우악스러운 아내, 중국집 배달원 등이 모였다.
장진 감독의 유머 감각이 잘 드러난 이 영화는 억지스런 웃음을 배제한 채 시종일관 위트 넘치는 대사와 재치 넘치는 상황 설정으로 관객을 웃음짓게 만든다. 특히 정재영 임원희 신하균 등 카메오로 등장한 배우들이 주는 의외의 웃음이나 가벼운 정치 풍자 유머가 주는 웃음 등은 이 영화를 미워할 수 없게 하는 요인들이기도 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함께 '퀴즈왕'은 이번 추석을 책임지는 한국 대표 코미디 영화로 자격이 충분하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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