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 486 후보 단일화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전·현직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삼수회'가 이인영 전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지만, 또 다른 후보인 최재성 의원이 10·3 전당대회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다. 세대교체를 내걸고 '하청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했던 486의 실험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냈다.
최 의원은 1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예비경선 이후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은 다 제가 부덕하고 부족한 탓"이라며 "이를 책임지는 것은 전대를 완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난과 비판의 화살이 오더라도 내가 완주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일화 약속 거부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주류 심판론'을 내세운 비주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완주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수회도 곤혹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예비경선 순위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경선 '룰'을 알면서도 순위를 기준으로 단일화를 하기로 한 것과 '우회적으로 확인했다'는 설득력이 약한 명분을 내세워 '추대' 형식으로 다른 후보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전반적인 미숙한 정치력이 비판받고 있다.
삼수회 대변인 격인 우상호 전 의원은 16일 "최 의원이 완주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어찌 됐든 우리가 변화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3명의 후보가 출마해 많은 기대를 받고 본선에 모두 진출했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국민께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수회 관계자는 "최 의원이 당초 합의를 깨고 신뢰를 저버린데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우 전 의원 등 삼수회 모임 일부는 단일후보로 추대한 이 전 의원을 돕기 위해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단일화가 결렬되면서 486 내부의 균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내 한 486 정치인은 "지난 10일에 이미 단일화는 결렬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대라는 극단적인 형식을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8년 전대처럼 당 지도부에 많은 486 후보를 진출시켜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당초 목표에서 벗어나 예비경선에서 3명 모두 통과하는 '파란'을 일으키자 당권까지 노리는 '자리'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어찌 됐든 486의 실패는 밋밋했던 전대가 1명의 탈락자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장으로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총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이번 전대는 1위가 당대표가 되고 나머지 5명은 선출직 최고위원이 된다. 이 가운데 1명은 여성 몫으로 조배숙 의원은 이미 당선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486 주자가 단일화가 됐을 경우 예비경선을 통과한 7명의 후보 모두 지도부가 되는 구도가 최 의원의 완주 결정으로 깨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주류와 비주류 간 계파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1인2표로 진행되는 투표를 후보 간 합종연횡을 더욱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정세균 전 대표와 최 의원이 친노계의 지원을 받아 연합하고,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등 비주류는 박주선, 천정배 의원 등과 연대하는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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