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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50주년]서민의 자립을 돕는 신협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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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문>김준경 KDI 박사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상호금융기관이라 함은 조합원들이 모여 상호간의 자금융통을 목적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조 된 금융기관으로 우리나라에는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순수 민간 주도로 설립된 신용협동조합(신협)이 올 해로 설립 50년을 맞이했다.


한국동란 이후 월 10%가 넘는 고리사채가 팽배한 상황에서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는 1960년 5월 부산에서 성가신협을 설립했다. 다수 조합원들이 출자를 하여 자금을 조성하고 자금 이 필요한 조합원에게 저리로 대출을 함으로써 궁핍한 서민들에게 상부상조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신협이 현재 43조원의 자산과 1622개의 점포망, 55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신협 중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우리나라의 신협 역사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정부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조직되고 발전했다는 점이다. 여타 개발도상국의 신협이 정부의 개발정책을 수행하거나 보조하기 위한 도구로서 정부의 지원 하에 생겨났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는 협동조합의 모범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설립 초기 신용협동조합은 외국 원조에 크게 의존했으나 1964년 신협연합회(현재의 신협중앙회)가 설립되면서 자립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연합회 설립 이후 전국 각지에서 신협 이 조직됐고 이들이 납부한 회비로 연합회가 운영됐으며 각종 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성과 자율성은 신협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발휘됐다. 신협은 자체적으로 각국의 법령을 연구해 자유, 자립, 자조를 최대한 보장하고 행정부의 감독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과, 영세성 및 상호금융의 특성을 고려해 각종 조세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건의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72년 신협법이 제정됐고 이는 농협법과 새마을금고법 제정의 모태가 됐다.


두 번째로 교육 제일주의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신협은 지리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밀접하게 조직된 집단이므로 협동조합 운영의 지속성과 저축의 중요성, 대출금의 생산적 이용을 위해 교육이 중요시됐으므로 신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신협의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조합원교육과는 별도로 지도자교육과 임원교육 을 받아야 했으며 이는 연합회 차원의 집단지도자교육으로 발전해 자생적 조직기반을 형성했다.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이보다 10년 앞서 시작된 신협운동의 기본정신인 자조, 자립, 협동과 유사한 면을 내포하고 있었다.


세 번째 특징은 신협의 운영원칙이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신협은 운영에 있어서 주식회사의 1주 1투표권이 아닌 '1조합원 1투표권' 원칙을 고수해 인적 결합체로서의 특징을 강조했으며 총회를 통한 의사결정, 임원 선출 등의 과정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교육하는 장이 됐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는 신협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외환위기 직전 1600여개에 달하던 신협은 신용대출이 부실화되고 감독 당국의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400여개 가까이 정리 됐다. 이후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캐피탈사와 대부업체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신협의 영역은 잠식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과거 퇴출 위주의 구조조정 경험으로 인해 신협은 신용대출을 축소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늘려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타 금융권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조합원 중심의 영업에서 불특정 다수를 거래 상대방으로 하는 은행을 닮아가고 있다.


과거 조합원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됐던 질문은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돈으로 저축을 하라는 것이냐'는 것과 '고리채 이자가 월 10%를 넘는데, 신협이 월 1%로 빌려주고자 하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신협은 '가난하기 때문에 목돈 저축이 어려우니 푼돈 저축을 하고, 담배와 술을 끊고 교통비를 절약해 저축하자'고 호소했고, '신협의 대부는 생산적인 목적으로 하고 꼭 필요한 사람을 우선하며 할부상환을 통해 매월 갚도록 한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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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신협이 뿌리 내린지 50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신협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는 80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140만명은 연리 40% 내외의 고금리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하루하루 불어나는 이자로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150만명은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돼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신협은 오랫동안 지역에 밀착해 영업을 해 왔기 때문에 영세 경제주체에게 신용을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 새로운 반세기를 맞이하는 신협이 초창기 정신을 살려 어려운 서민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이광호 기자 kwang@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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