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국가대표 장수연(16ㆍ함평골프고)이 다잡았던 우승을 놓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도 지난주 배희경(18ㆍ남성여고)의 LIG클래식에 이어 아마추어의 '프로대회 2연승'이란 대기록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장수연은 더욱이 6일 경기도 화성 리베라골프장(파72ㆍ6500야드)에서 끝난 현대건설서울경제여자오픈(총상금 3억원) 최종일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마쳐 동료들에게 축하까지 받은 순간이었다.
장수연에게는 그러나 '15번홀(파4)에서의 규칙위반으로 2벌타를 부과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갤러리가 "(장수연의) 어프로치 샷 순간 골프백이 홀 방향 2m 앞쪽에 놓여져 있었다"라는 제보를 했고, 경기위원회는 비디오판독 결과 이를 규칙 위반으로 인정했다. 아마추어인 장수연의 골프백은 받침대가 있었고, 캐디인 아버지가 무심결에 코스에 세워두었던 게 화근이었다.
골프규칙 8-2 플레이 선의 지시(Indicating Line of Play)에 따르면 '플레이어는 스트로크 하는 동안 플레이 연장선상에 아무 것도 세워 두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2벌타다. 장수연의 15번홀 스코어는 결국 더블보기가 됐고, 이정은5(22ㆍ호반건설)와의 연장전이 속개됐다.
장수연에게는 연장전도 불운의 연속이었다. 폭우로 인해 매 샷 마다 경기가 장시간 지연됐고, 마지막 어프로치 샷 직전에는 특히 그린에 물이 차 코스관리요원들이 스폰지로 물을 제거하는 등 더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이 과정에서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린을 밟고 다녀 가뜩이나 관리가 허술했던 대회코스의 그린에는 발자국 등 퍼팅 라인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됐다.
장수연은 결국 파세이브 퍼트를 놓치며 이정은5에게 우승컵을 넘겨준 뒤 하늘을 쳐다보았다. 장수연은 그래도 "(내 앞에) 골프백이 놓여있는지 정말 몰랐다. 나중에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좋은 경기를 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골프규칙 등 많은 경험을 한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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