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향상 위해 임원들과 경쟁사 차량 시승 정례화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GM은 한국에 머물고 싶고 한국에서 성장할 것입니다. 알페온은 이 같은 GM의 의지를 강력하게 반영한 신차입니다."
지난달 31일 준대형 세단인 알페온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자리에서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긴장하면서도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알페온은 GM대우 뿐 아니라 아카몬 사장 자신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 차종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첫 준대형 세단이고 아카몬 사장에게는 CEO 취임 후 출시한 첫 신차다. 그는 지난해 10월 1일 GM대우 사장으로 취임했고 다음달 1일이면 CEO 1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알페온의 성공 여부는 CEO 1년의 성적표가 될 수도 있다.
첫 출시로 심적 부담이 매우 컸겠지만 이날 만찬회에서 만난 아카몬 사장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농담도 잘했다. 기자에게 골프 스코어를 물었는데, '비밀'이라고 하자 '내 스코어를 알려줄테니 자신한테도 알려달라'며 얘기를 풀어갔다.
GM대우 CEO로 부임했을 때 심정을 묻자 의외로 "매우 기뻤다"고 답했다. "한국이 전혀 생소했을 것 같다"고 묻자 "CEO로 부임하기 전에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부품 구매 업무를 진행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CEO 발령에 할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벅찼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워커홀릭'이다. 아카몬 사장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을 근무한다"고 말했다. 이야기 도중 전화가 울리자 "24시간 일하는 게 맞지 않냐"고 슬쩍 농을 건네기도 했으며 캐나다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싶지 않냐는 질문에 "일에 파묻혀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아카몬 사장은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는데, 그 이메일은 시간 불문하고 튀어 올라온다. 이 때문에 GM대우 임원들은 저녁 때 술한잔 마음놓고 마시지도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품질 향상을 위해 경쟁차종을 언제나 탐구한다. 아카몬 사장은 한달에 2번, 인천 청라지구의 시승장에서 임원들과 함께 경쟁사 차량을 타고 연구한다.
업무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대지만 효율성은 그보다 우선이다. 최근 임원 집무실 공간을 줄이고 직원들의 공간을 넓힌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료주의 타파가 필수"라고 답했다. 노조위원장과 한달에 한번씩 꼭 직접 대면해 얘기를 나누는 것도 그로서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카몬 사장은 "필요하면 만나면 된다"고 언급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깊다. 일주일에 2차례 한국어를 배우고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는 폭탄주를 돌리기도 한다. 또 인사동의 오래된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게 외로운 타지 생활의 낙이다. 삼계탕과 손만두를 좋아하는데, 인사동의 한 할머니가 빚은 만두가 그렇게 맛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업무가 바쁘지만 자기 관리는 철저하다. 아무리 늦게 자도 매일 새벽 5시면 기상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때문인지 체구는 작아도 무척 다부져보였다.
1958년생인 아카몬 사장은 1980년 GM캐나다에 입사했다. 내년 초 국내 출시 예정인 머슬카 '시보레 카마로'는 캐나다 오샤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한 캐나다 대사가 카마로의 한국 출시에 반색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캐나다 테제레 공장 총책임자와 미국 미시간의 파워트레인 공장 담당, 2007년 7월에는 GM파워트레인 유럽 부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 아카몬 사장은 소형 디젤 엔진, 엔진제어설비, 소형 가솔린 엔진 및 수동 변속기 개발을 총괄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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