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현대차가 1일 오전 예정됐던 '현대자동차그룹 비전2020 선포식'을 갑작스럽게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사를 준비했던 임직원들도 갑작스런 소식에 당혹해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현대차는 기아차 노조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서 이날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갖기로 했던 비전 선포식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차측은 "선포식을 언제 할지는 내부적으로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언급, 사실상 선포식이 취소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비전 선포식은 현대차그룹이 계열 분리 10주년을 맞아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열릴 예정이었다. 현대차측은 "사회적으로 상생이 이슈인 상황에서 10주년 행사를 치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만큼 내부적으로 조용히 보내자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고위 관계자도 "기아차 임단협이 잠정 합의됐지만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협력사 4곳도 아직 파업 중이어서 선포식을 연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날 비전 선포식과 함께 10주년 기념행사로 준비한 사진전과 비전 테마 전시 등도 취소했다. 아침 일찍 행사를 준비하던 직원들은 갑작스런 소식에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행사를 위해 설치됐던 조명과 음향장비들은 서둘러 철수됐으며, 미처 치우지 못한 사옥 1층 기념물에는 흰색 비닐이 뒤덮여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10주년 의미를 새기며 조용히 보낼 것"이라며 "회장님도 이같은 보고에 동의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비전 선포식을 준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오는 행적에 비춰보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행사를 갑작스럽게 취소해야 할 불가피한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지만, 현대차는 "사회적 분위기"나 "노조 문제"라는 답변만 되뇌이고 있어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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