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초라한 퇴장이었다. 지난 8일 '40대 기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김태호 국무총리가 정확히 3주 만에 각종 의혹과 말바꾸기 행보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29일 자신의 개인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오피스텔 1층 로비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며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8일 세간의 예상을 깨고 총리 후보자에 지명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 총리 후보에 대해 이 같은 낙마를 예상했던 이는 별로 없었다. 지금까지 정계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데다 김 후보 자신도 지명 직후 청문회에 대해 '나올 것이 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아쉬움 속에 퇴장시켰던 이 대통령도 재임 후반기 내각 쇄신에 대한 메시지를 김 후보 내정을 통해 전달하려 했기 때문에 깨끗한 인물을 내세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청문회 준비과정에서부터 그 같은 예상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과의 인연이 결정타였다. 김 후보는 당초 2007년 이전에 박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다음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정치자금 불법 대출, 채무관계 등 돈 관리 부분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연루 가능성 등으로 코너에 몰린 김 총리 후보에 대해 청와대는 끝까지 신뢰를 보냈다. 김 총리가 사퇴할 경우 하반기 국정 운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27일 결정타가 터져나왔다. 지난 2006년 2월 박연차 전 회장(당시 경남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 후보(당시 경남도지사)가 나란히 찍은 출판기념회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사진으로 '양파 총리'라며 사퇴를 요구했던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더 이상 어렵다'는 분위기가 급속확산됐다. 오는 30~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당내 충돌까지 예상되면서 김 후보자측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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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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