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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겨낸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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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이주실이 말하는 암투병 17년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암에 걸린 한 여배우가 있다. 의사는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1년 정도"라고 선고한다. 그로부터 17년. 그러나 지금 그 여배우는 청중앞에서 '도전'을 증언하고 미래의 꿈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대체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23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후원한 특강의 강사로 나온 여배우 이주실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아름다운 도전-다시 꿈꾸다'라는 주제로 1시간30분 내내 열정을 불살랐다.

죽음을 이겨낸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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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목전까지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꿈을 잃지 않았고, 그 꿈에 도전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암투병 여배우'란 꼬리표를 늘 달고 산다는 그녀. 그러나 강단에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지나온 삶을 풀어내는 그녀의 모습, 그 어디에도 암투병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혼자 서있기엔 지나치게 넓어 보이는 무대 위를 부지런히 오가는 그녀의 작은 체구는 활기찼고, 목소리는 강당 안에 힘차게 울려퍼졌다.


'유방암 3기'란 판정을 받은 건 지금부터 17년전인 1993년. 이미 뼈 속까지 암세포가 퍼져 1년도 넘기기 힘들다고 의사는 말했다.
그러나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힘든 암투병을 견디다보니 몸무게가 33kg까지 빠졌고, 정신도 피폐해졌다.


"집에 암환자가 있으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정신적, 경제적으로 함께 몰락하게 됩니다. 나는 그게 싫었어요. 가족들까지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나 혼자 조용히 환자의 삶을 살다가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가족들을 구속하는 게 죽는 것보다 더 싫었기에 그는 이혼 후 홀로 키우던 두 딸을 친정 동생이 있는 캐나다로 보냈다.


아이들이 떠나니 허전했다. 남은 생을 무얼하며 살아갈까 고민했다. 남들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그녀는 모노드라마를 떠올렸다. 문화의 불모지인 시골 지역을 돌면서 공연을 했다. 개런티도 안받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12곳에서 공연을 했다.


폐교를 빌려 공연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그동안 헛살았다는 생각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암투병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그녀가 12곳에서 공연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3년이었다.


"1년도 못산다고 했는데 공연에 몰입하다 보니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오늘이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그렇게 열심히 공연하다보니 3년이 훌쩍 지나갔죠"


목표했던 공연이 끝날때쯤 새로운 도전이 그에게 다가왔다. 대안학교였던 전남 영광의 성지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가정에서 쫓겨난 반항심 많고 공격적인 아이들이었다. 50분으로 예정된 강연을 15분도 못버티고 내려왔다.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스스로 인간쓰레기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녀는 뭔가 울컥 올라오는 걸 느꼈다.


다시 그 학교로 돌아가 기숙사에서 아이들과 같이 지냈다.


"통제가 어렵다보니 당시 학교는 음주와 흡연을 허용하고 있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마음을 열고 다가서자 애들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잠자던 방이 하필 흡연실 옆이었는데 아이들이 나를 살리자며 전부 담배를 끊어버린 겁니다"


통제가 안되는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기로했다. 마음을 열기가 가장 힘들었다. 칭찬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는, 그래서 칭찬에 낯선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칭찬해주었다. 그러자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들은 차츰 세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그녀는 의욕이 생겼고 꿈이 생겼다.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다시 3년 반을 그 곳에서 살았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큰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가르친게 아니라 가장 큰 가르침을 받은 셈이죠. 그러던 어느날 문득 내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2000년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입학시험을 쳤다가 낙방했다. 포기하지 않고 그 다음해 간신히 들어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 4학년 때는 장학금도 받았다.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꼈고, 우연한 기회로 탈북자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탈북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친 김에 보건학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다.


그녀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70을 바라보는 나이, 그녀는 뮤지컬에 도전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에 합격한 그녀는 혹독한 연습을 다 이겨내고 화려하게 무대를 누볐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는 강행군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배우의 몸무게가 7~8kg씩 빠졌어요. 건강한 사람들도 그런데 저야 뭐 말할 나위가 없었죠. 그러나 꿈이 있었기에 도전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나 자신에게 '너는 할 수 있어'라며 최면을 걸었고, 조금만 나태해지면 다시 또 다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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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끝으로 이런 말을 했다.


"1년안에 죽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도전과 꿈을 반복하며 지금껏 살아내고 있어요. 암투병을 할 때 한 쪽 다리를 절었지만, 지금은 뮤지컬 무대에서 춤을 춥니다. 남들은 기적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글쎄 잘 모르겠어요. 보통 사람들은 이미 있는 길,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고 싶어 해요. 그게 편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는 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남들이 가지 않은 험한 길을 걷게 됐지요. 어떻게 보면 그 길을 헤쳐나가기 위해 꿈을 꾸고 도전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송화정 기자 yeekin77@
사진=송원재 기자 swi75@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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