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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부터 불 붙은 수능논란.. 사회탐구 과목편중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좀 살려주십시오.”

19일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이 발표된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 오후 4시30분쯤부터 시작된 자유토론시간에 한 교사는 절박한 호소로 말문을 열었다.


중동고등학교에서 한국지리를 가르치고 있다는 이 교사는 “(수능 개편에 따라) 시뮬레이션 해보니 (학생들이 수업을 안 들어 나중에는) 정교사 3명, 기간제교사 1명 가운데 교사 1명만이 남는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지리교사이지만 수능이 이날 발표된 대로 개편된다면 자녀에게 지리를 공부하고 수능에서 지리를 선택하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사회탐구영역 6과목 중 1과목만 응시 =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14학년도 개편안이 19일 발표됐다.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 측은 사회탐구영역을 6개 시험과목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3학년도까지는 11개 과목(윤리,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법과 사회,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국사) 가운데 최대 4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지만 2014학년도부터는 6개 과목 중 1개 과목만을 선택해 수능을 치르게 된다.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일반사회(법과 정치, 사회·문화), 한국사, 세계사(세계사, 동아시아사), 경제, 윤리(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 등 6개 시험과목이다.


이에 대해 연구회 측은 2009 교육과정 개편의 주요방향을 반영해 수능에서도 교과별로 통합을 시도하면서 과목 간의 유사성, 교육과정 내용분량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수능에서 불리한 과목 도태될 것’ = 하지만 이와 관련된 일부 과목의 교사들과 학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과목 접근도와 학습량에 따라서 일부 시험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개편안 발표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 역시 사회탐구영역에서의 시험과목 통합 문제였다.


앞서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던 교사는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지리’라는 수능과목으로 묶으면 과도한 학습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지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능에서 불리해지면 결국 해당과목의 위상 자체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의 모경환 교수 역시 “과목의 유사성, 분량 등을 고려해 통합했다고 하는데 사회탐구영역 일반사회 과목의 경우 무슨 유사성이 있어서 법, 정치 그리고 억지로 줄여놓은 사회·문화를 묶었는지 모르겠다”면서 “(학생들이 일반사회 과목에 응시하려면) 사회학, 문화인류학, 법학, 정치학 네 개 과목을 공부해야하는데 정말 그렇게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볼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교사들은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문제를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오히려 여기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사교육 유발효과가 탐구영역 과목들보다 훨씬 더 큰데도 불구하고 개편안에서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 제2외국어·한문 영역도 배제 움직임에 반발 = 한편, 수능에서 분리해 별도의 평가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알려진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의 교사와 관련 학자들도 수능 제외 움직임을 거세게 비판했다.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의 조향덕 교수는 “수능의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몇 개 과목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제2외국어 시험을 수능에서 배제한다면)제2외국어 교육 황폐화를 불러와 나라의 발전에도 영향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한문학과 윤재민 교수 역시 “(오늘 자리에서)교과목 이기주의라는 말 많이 나왔는데 이기주의와 정당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능에서 제2외국어와 한문을 분리하면 이들 과목을 전혀 선택 안 하는 학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능에 꺼둘리는 고교 교육 현장에 원인 = 이 같은 논란은 결국 수능시험이 고교교육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과 연관이 있다.


수능개편안이 설령 바람직한 취지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수능시험에 반영되지 않거나 점수를 따는데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은 학교 교육 현장에서 외면 받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회의 수능체제개편 분과장인 백순근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사실 수능은 평가이고 꼬리에 불과하다”면서 “교육과정이 있고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꼬리가 이러한 몸통을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순근 교수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으나 연구진이 기댈 수 있는 부분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백 교수는 교과목 통합을 강조한 이번 개편안의 전반적인 방향은 2009 교육과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회 입학사정관제 및 입학전형분과장인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는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사회탐구영역이나 제2외국어에서 뛰어난 학생은 특기자 전형을 통해 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00석 가량이 마련된 공청회장에는 통로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수능개편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잘 보여줬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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