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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김종대씨 찾을 땐 부서도 알려주세요"

3500명중 동명이인 484명···우편물 메일 배달사고 다반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는 김종대씨와 통화를 하고 싶을 때에는 반드시 소속과 직책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내에 이름이 같은 사람이 여럿이라 애로아닌 애로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성(姓)을 포함해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동명이인(同名異人) 수를 조사했는데, 집계 결과 484명이었다. 전체 3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같은 이름의 직원 수 비중이 무려 13.8%에 달한다.


'가장 흔한' 이름은 '김종대'로 5명에 달했다. 이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립 9팀의 김종대씨만 '宗垈'라는 한자명을 사용하고 나머지 4명은 '鍾大'라는 한자 이름까지 똑같다. 이어 김성민ㆍ박영수ㆍ박재영ㆍ정인수씨도 각각 4명씩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3명의 동명이인을 가진 이름은 29개, 2명인 경우는 188개로 집계 됐다.

직원들 스스로도 놀라워하며 실제 얼굴을 맞대면 반가움을 표현하지만 이름이 같다보니 이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은 적지 않은 듯하다.


특공대 출신으로 선체내업부 조립6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종대 사원은 수년 전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 자신의 방으로 학생군사교육단(ROTC) 우편물이 배달됐다. 처음에는 군부대의 행정 오류려니 싶었는데 계속 우편물을 받게 돼 이유를 알아봤다. 품질경영부에 근무하는 김종대 과장이 같은 기숙사에 있었는데, ROTC 출신이었던 그에게 갈 우편물이었던 것이다.


품질경영부 김종대 과장의 사연은 이 뿐만 아니다. 수년전 국제도장검사관(FROSIO) 자격시험에 합격했지만 자격증을 전달받지 못한 그는 몇 번이고 노르웨이에 있는 발급처로 문의하다 결국 재발급을 받았다. 그런데 처음 발송된 자격증이 다른 부서의 동명이인에게 전달돼 시간이 꽤 흐른 뒤에 주인에게 되돌아 왔다. 덕분에 김종대 과장은 똑같은 자격증을 2개나 갖게 됐다.


같은 이름의 사우가 있으면 우편물이나 메일 등의 배달사고는 일상 다반사다. 수시로 잘못 전달된 우편물을 되찾기 위해 또는 제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시간을 뺏기는 불편은 동명이인이라면 감소해야 한다.


승진 인사나, 각종 경조사가 공지되는 날에는 전화나 메일을 통해 엉뚱한 메시지가 잘못 전달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도 종종 발생한다. 아쉽게 진급이 누락됐는데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아 기분이 더 상하는가 하면 기분 좋게 승진해도 '내년에는 꼭 진급하실테니 기운 내세요'라는 위로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낳지도 않은 딸을 시집 보낸다고 축하받고, 부모님께서 건강하게 생존해 계시는데 다른 사우에게 전해져야 할 조의금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전화번호를 착각한 어린 후배로부터 "야 잘있냐?"라며 다짜고짜 반말부터 들어야 하는 수난은 약과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상사로부터 대신 혼쭐이 날 때는 "개명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든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불편함을 겪지만 그래도 이들 동명이인들은 한 직장에서 똑같은 이름의 동료들과 근무한다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단다.


회사 관계자는 "이름이 같은 덕분에 직원들간 관계가 돈독해져 회사가 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평소 알고 지낸 사이에는 늘 격려가 오가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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