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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을 맡게 된 비화를 공개했다.
허정무 전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초청 특강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가슴에 쌓였던 한 때문에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허정무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조별 예선에서 2승을 거두고도 스페인, 칠레에 골득실에 밀려 결승 토너먼트에 탈락했다"며 "그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 때 아쉽고 속상했던 기억 때문에, 그 한이 오기로 작용해서 대표팀 감독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은 또 당시 박지성과 이영표를 깜짝 발탁한 뒷얘기를 전하며 "이 두 선수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감독 독단으로 발탁한 유이한 선수다"며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을 발탁하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허정무가 이들이 소속된 대학 감독과 바둑을 두다가 두 선수를 뽑았다'는 말도 안되는 소문까지 들었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허 감독은 "박지성과 이영표를 비롯해 설기현, 송종국, 김남일, 최태욱, 이천수 등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역대 최약체팀이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2년 후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자라났다"고 뿌듯해 했다.
허정무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감독을 맡던 당시 인터넷 악플로 가족들이 다시는 대표팀 감독을 맡지 말라고 말렸다. 99년 일본과 평가전서 패한 뒤 부친상을 당했는데 한 네티즌이 '그러니까 니 애비가 뒈지지'라는 섬찟한 댓글을 올렸다. 그때부터 인터넷 댓글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하지만 시드니의 한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했고 2010년을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특강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행안부 공무원 200여명이 강당을 가득 채워 뜨거운 열기로 허 감독의 강연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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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자 기자 anju1015@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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