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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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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국제경제팀장]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부자가 나라를 구하는 건 가능할까.


최근 미국의 두 부자가 한 목소리를 냈다. 모든 억만장자에게 순자산의 절반을 기부하자고 제안한 것. 화제의 인물은 전세계 2~3위 자산가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다.

이미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버핏의 관점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배금주의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억만장자라면 무척이나 불편했을 법하다.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 400명의 순자산은 총 1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게이츠와 버핏의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기부액은 6000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 억만장자가 지갑을 열면 침몰 위기의 미국을 구해낼 수 있을까.

적어도 수개월째 주요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태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영국 BP의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수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70억~60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업계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제 및 보상 비용 가운데 최고 금액은 750억달러다. 전망치의 최고액이 투입된다 해도 억만장자의 기부액 중 12.5%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월가의 '대마불사' 문제를 억만장자에게 맡겼다면 어땠을까. 지난 2008년 가을 도입된 은행권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은 7000억달러 규모로 집행됐다. 억만장자의 재력이면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로 고통받는 국민의 혈세를 걷어들이지 않고도 거의 전액을 충당할 수 있었다. 기부액으로 채워지지 않는 1000억달러쯤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이 가능했을 일이다.


지난해 시행한 경기부양책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책에 투입한 자금은 7870억달러. 이 중 2750억달러가 감세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투입한 비용은 5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국의 슈퍼 부자가 순자산의 절반을 뚝 떼어 국고에 헌납하는 용단을 내렸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미국 경제를 부양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화제를 국가 부채로 옮기면 다소 우울해진다. 미국이 떠안은 부채는 13조달러를 웃돈다. 내년이면 14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6000억달러로 부채 상환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하지만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부채가 하루에 41억달러씩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5개월가량은 부채 증가를 멈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국민 1인당 부채로 따지면 무려 1400만명이 빚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조용한 자애라는 말이 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게이츠와 버핏의 제안이 공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금기를 깨는 현자의 말 한마디가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 지평을 넓힌다.


실제로 우군이 등장했다. 1975년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설립했던 폴 앨런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기로 한 것. 언론에 알려진 그의 재산은 135억달러에 이른다. 당장은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일이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앨런의 출현과 함께 '자애로운 자본주의'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황숙혜 국제경제팀장 snow@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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