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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버블을 만들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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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국제경제팀장] 값싼 유동성이 지천에 깔렸다. 손만 벌리면 누구나, 언제든 대출이 가능했다. 빚으로 매입한 자산을 깔고 앉아 있기만 하면 시세가 뛰는 건 시간문제였다. 부자가 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빚이 주는 달콤함은 마약보다 강했다.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나면서 사회를 좀먹었고, 연체와 디폴트가 일상으로 굳어졌지만 누구도 환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가계와 기업, 투자자까지 예외는 없었다.

버블은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상품으로 옮겨 다니며 자산시장을 헤집었다. 버블이 경제 전반을 위협할 때마다 해결사는 늘 중앙은행이었다. 과감하게 금리를 떨어뜨려 실물경기를 떠받쳤다. 마지막 보루가 배후에 있다는 믿음은 더 공격적인 레버리지를 양산했다. 버블은 사이클이 바뀔 때마다 외형을 더 확대했고, 기준금리는 더 아래로 내리꽂혔다.


적어도 2007~2008년 금융위기까지는 동질적인 버블과 붕괴 과정의 반복이었다. 여기서 또 다른 버블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유럽과 미국이 제로 수준까지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전례 없는 유동성을 풀어냈지만 디플레 신호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자본 규제 강화와 침체 우려로 은행권의 여신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고, 증세와 고용 한파에 소비도 얼어붙었다. 주택은 거주용일 뿐 투기용 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과거 '음악(버블)이 흐르는(지속되는) 한 춤(유동성 잔치)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던 이들도 이제 부채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신용카드 정지 조치를 당해 본 소비자나 신용한도가 막히는 위기를 경험한 기업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국가 부채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일이 대단히 어렵지 않다.


민간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은 정부는 앞으로 부채를 더 늘려야 할 상황이다. 지난 1950년 국내총생산(GDP)의 50%였던 미국 민간 부채는 300%로 치솟았다. 대개 부채는 자산을 담보로 발생했고, 부채 총액이 유지되는 가운데 자산 가격은 하락해 부실 여신이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 정부는 대규모 부채 만기를 채권 차환 발행과 만기 연장으로 막아 나가야 한다. 하지만 빚으로 빚을 막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뿐 아니라 그만한 투자 수요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시장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신용경색이 재현될 위험마저 상존한다.


정책자들은 이구동성 두 가지 미션을 외친다. 경제 성장 회복과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 그것. 하지만 고실업과 주택시장의 2차 침체 리스크에 직면한 미국이나 눈덩이 부채로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길로 들어선 유럽에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균형은 어떤가. 과거 불균형의 축이었던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중국의 흑자 재정이 자리를 바꿀 수 있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미국이 재정 긴축에 나선다 해도 중국이 적자 재정에 돌입할 여지는 지극히 낮다.


대공황 이후 반복된 '버블-붕괴' 사이클은 미국의 주택 버블 붕괴와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 아닐까. 또 다른 버블로 경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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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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