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귀신잡는 부대 '해병대'가 무패행진을 이어오던 과학화전투훈련장(KCTC)의 '전갈대대'를 제압했다.
KCTC 14일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훈련에서 해병대 1사단 71대대가 대항군 대대의 3참호 진입에 성공했다"며 "KCTC창설 이래 최초"라고 밝혔다.
해병대 71대대는 훈련 기간 동안 최첨단 레이저장비인 마일즈(MILES)장비를 착용하고 전갈대대에 맞서 전투훈련을 받았다. 훈련 중 임무는 전갈대대의 방어진지인 1, 2, 3참호를 차례로 점령하는 것. 해병대는 지난 7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 4시간만의 공격으로 3참호를 점령했다. 대다수 부대는 훈련초기에 1참호도 점령하지 못하고 전갈대대에 무릎을 꿇었다.
해병대는 이번 훈련을 위해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KCTC와 유사한 지형을 선정해 전투모형훈련을 실시했다. 또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가며 쌍방훈련을 연습하는 것은 물론 산악지역에서 체력을 단련했다.
해병대 장병들이 이 같은 독한훈련을 하게 만든 것은 지난해 7월 해병대 1사단 31대대의 참호점령 실패 때문이다. 당시 31대대는 2007년 육군 22사단에 이어 두 번째로 3참호에 소대장 10여명이 진입했지만 곧 점멸했다. KCTC 창설 이래 3참호에 진입한 것은 2개부대가 전부다. 하지만 모두 소수 장병이어서 점령의 의미가 없었다.
해병대 71대대 지휘관들은 이날 훈련을 위해 다양한 전술도 구사했다. 공격을 위해 총 3개 중대 중 1개 중대는 주공격중대로 진격하고 2개 중대는 주공격중대를 지원했다. 전투결과는 다른 부대와 달리 주공격 중대의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주공격중대를 지원한 2개 중대 장병 중 50%가 피해를 입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상륙작전 등 몸에 익숙한 전술을 통해 몸에 익힌 감각으로 돌격했다"면서 "해병대만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KCTC는 세계 10번째 훈련장으로 전투 미경험자가 실전에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에 따라 창설됐다. 이에 해병대도 지난 2006년 10월부터 KCTC에 투입돼 지금까지 총 3400여명의 장병이 훈련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과학화전투훈련장에서 전투체험을 한 장병은 10만 2000여명.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서바이벌대회를 합하면 체험자 수는 10만 4000여명이 넘는다.
KCTC에서 사용하는 마일즈 전투장비는 총 26종이다. 개인화기가 K-1 등 5종, 대전차ㆍ유탄류 K-4 등 10종, 기동장비 전차 등 5종, 지뢰 등 6종을 구비하고 있다. 과학화 체계장비는 총 238종으로 전산, 무선데이터, 서버통신이 가능하다. 특히 영상촬영, 녹음장비, 중계차량까지 보유하고 있어 훈련통제본부(EXCON)에서는 전 장병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물론, 교전중 발사한 총탄과 포탄은 무선데이터망을 통해 기록된다.
장병과 소대, 중대의 이동경로, 피해상황은 3차원화면으로 구현된다.
과학화전투훈련단은 실탄을 대신한 마일즈장비의 경제적 효과가 연간 16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대급이 실탄 사격을 할 경우 연간으로 박격포 등 공용화기 7억1000만원, 전차ㆍ대전차화기 2억4000만원, 포병 2억1000만원 등 14억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일즈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교육용 탄 3000만원, 장비유지 9000만원, 부대이동 3000만원 등 1억9000만원이면 충분하다.
과학화전투훈련단은 훈련장을 2015년부터 연대급 훈련장으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마일즈장비도 권총, 수류탄, 헬기 마일즈, 무인기 등 64종으로 늘린다. 특히 시간전이나 급조폭발물(IED)를 설치해 파병부대, 특전사 등을 대상으로 실전훈련이 가능해진다.
훈련과정에서 사용되는 훈련장비는 더 실감나게 바뀐다. 북한도시지역을 모델로 세운 건물안에는 음향, 냄새묘사기, 연기 생성장치를 설치한다. 훈련장크기도 1만 3500여평을 추가 확보해 급속도하훈련장, 정밀도하훈련장, 갱도진지훈련장도 세울 계획이다.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물론 기간도 늘어난다. 현재 대대급에서는 보병대대 10일, 특전사 9일, 파병부대 6일, 학군,학사 초군 8일 등이지만 훈련기간이 3주 기간으로 보완훈련을 강화할 수 있다. 현역 병사들은 군복무 기간 중 1회체험이 가능해진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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