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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고라니 뛰니 진홍빛 해당화가 후드둑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생태계가 살아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은 모래언덕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바람이 분다. 뿌연 모랫바람이 언덕을 넘어 흩어진다. 바닷바람이 쓸고 간 모래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물결을 비집고 사막의 진홍색 보석으로 피어난 해당화가 미소를 흘리고 촘촘히 고개를 내민 갯멧꽃의 보랏빛 생명력이 숨쉰다. 그리고 옷고름을 풀어 헤치듯 해당화꽃잎이 살포시 열리자 향기에 취한 표범장지뱀이 날랜 걸음을 재촉하고 고라니 한 쌍은 겅중겅중 사랑놀이에 분주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해안사구(砂丘)에서만 볼 수 있는 원시적이고 생태가 살아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 폭 0.5~1.3㎞로 해변을 따라 기다랗게 펼쳐져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다.

해안사구란 말 그대로 바닷가의 모래언덕으로 파도에 의해 밀어올려진 모래가 오랜 세월 바람에 날리며 쌓여 형성된 신비의 땅이다.


모래 채취와 개발, 서해안 기름유출 사태 등으로 훼손 위기를 넘기고 최근 생태 탐방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신두리를 찾았다.

신두리해수욕장을 지나 해안길을 따라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해안사구안내판이 나왔다. 더넓은 사구에 들어섰다. 자동차 통행만 금지되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사구는 얼핏 보기에는 모래언덕같지 않다. 바다 쪽에는 갯그렁(일명 삐삐)이란 풀로 뒤덮여 있다. 안쪽에는 소나무며 아카시아가 숲을 이루고 있다.


토박이인 권선만(77)씨는 "50여년 전만해도 이 주위는 온통 모래산과 모래언덕뿐이였다며 농사를 지을 수도 없을 정도로 척박한 땅이였다"고 회상했다.


주민들은 80년대 중반 바람을 막기 위해 소나무와 아카시아를 심어 방풍림을 만들고 콩, 땅콩 농사를 지웠다. 이들 식물은 모래밭에서 잘 자라고 번식력도 좋기 때문이다.


바람을 막고 농사를 짓기 위해 심은 것들이 이젠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해안사구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래 이동을 막아 활성 해안사구엔 더는 모래가 쌓이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다 엄청난 양의 모래 채취, 주변 해안의 관광지 개발 등 영향으로 모래언덕들은 더욱 낮아져 지금은 더넓은 모래사막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몇 해전 부터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보전운동을 펴고 있어 사구가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과거 주민들은 흔하디 흔한 모래언덕에 신경을 안썼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구가 중요하고 관광자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두3리 조한신(57)이장은 "지속가능한 생태탐방지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풀이 듬성듬성 있는 예전의 사구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소를 투입하거나 잡풀을 모조리 제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두리 사구에는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멸종위기 식물인 초종용을 비롯해 해당화, 갯멧꽃, 갯방풍, 갯그렁, 통보리사초 등 모두 29종의 희귀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래언덕을 넘자 표범장지뱀이 날랜 걸음으로 줄달음치고 개미귀신이 파놓은 모래함정도 지천이다. 풀숲엔 오리가 알을 낳은 둥지도 보였다.


"와~저기 봐 저기~" 탐방객이 환호성을 질렀다. 저 멀리서 고라니 한 쌍이 숨박꼭질을 하듯 겅중겅중 뜀박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처럼 신두리사구는 내륙사구에 비해 규모는 작을지라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바다, 바람, 모래, 동ㆍ식물이 빚어내는 역동적 상호관계가 생생하게 생태계의 보고다.

학교에서 환경생태동아리를 운영하는 오향진선생은 "초봄에 본 사구와 초원이 펼쳐진 여름의 사구는 너무도 달라 놀랍다"며"사계절의 다양한 모습이 살아 있는 해안사구가 잘 보존되고 예전의 모래언덕의 모습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영숙씨는 "중동지역에 출장이 잦은 남편을 따라 사막을 다녀봤지만 신두리사구는 그곳과는 다른 생태계가 살아 있는 풍경에 친근감이 간다"고 좋아했다.


신두리 사구엔 모래언덕뿐 아니라 민물이 모래에 막혀 형성된 습지도 있다. 바로 두웅습지다. 해안사구의 남쪽에 있는 사구배후습지로 바다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져 있다. 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습지 중 가장 작은 규모다.


두옹습지는 다른 사막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습윤사구습지와 달리 물이 잘 마르지 않아 안정된 동ㆍ식물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한다.

습지의 넓이는 가로 150m, 세로 90m다. 수면엔 애기마름이 깔려 있고 수련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등에 금빛 줄무늬가 있는 황금개구리가 발견돼 유명해졌다. 맹꽁이, 베치레잠자리,무자치 등이 산다. 나무 탐방로가 설치돼 습지 일부를 거닐며 동ㆍ식물을 관찰 할 수 있다.


돌아서는길, 서해바다를 붉게 달군 해가 지고 동쪽하늘에선 두둥실 보름달이 떠올랐다. 달빛에 비치는 은빛 사구는 예전의 아름다운 모래물결을 그리며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태안=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빠져나와 태안으로 들어간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원북방향)를 타고 학암포 방면으로 가다 왼쪽 신두리이정표를 보고 빠지면된다.


△먹거리=원북면소재지에 있는 원풍식당(041-672-5057)은박속밀국낙지탕이 유명하다. 박으로 맛을 낸 국물에 낙지를 살짝 익혀 먹고 수제비나 칼국수를 넣어 걸죽하게 해서 먹는다. 태안군 등기소 길 건너편에 있는 토담집(041-674-4561)은 꽃게장백반과 우럭젓국이 맛나다. 신두리해안의 바다풍경(041-675-1602)은 된장찌게를 맛깔스럽게 끓여낸다.


△잠잘곳=신두리에는 펜션이 많다. 바다여행(041-675-1366)을 비롯해 자작나무(041-675-9995), 하늘과바다사이리조트(041-675-2111), 가나안의 집(041-675-1671)등이 몰려있다.


△주변 해수욕장 및 볼거리=태안에는 수많은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 신두리해안이 있는 태안반도 위쪽에는 학암포,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구름포, 꾸지나무골해수욕장 등 즐비하다. 천리포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귀화한 미국인 고 민병갈씨가 40년 전부터 조성했다. 입장료 8000원이 부담스럽지 않을만큼 가치있고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축제=신두리 샌드에코페스티벌이 신두리해안사구 일대에서 7월9~11일까지 열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에코페스티벌은 신두리 샌드캠프, 사구탐방, 내가 만든 생태지도, 생태그림체험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제관인 '신두리 신비의 세계' 코너에는 국내 최대 사구인 신두리 사구의 생태를 포함한 태안반도의 환경자원이 모형으로 전시된다.


이와 함께 '모래로 만드는 이야기 세상'과 '동화나라' 등 어린이들을 위한 모래놀이 프로그램과 모래 위에서 썰매와 스키를 타는 '샌드 슬라이딩'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음악회와 인형극 등 다양한 문화공연과 특산물 음식마당, 장터 등도 마련된다. 문의 태안군 문화관광과(041-67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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