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간 온나라를 뒤흔들었던 세종시 수정안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재적의원 291명 가운데 275명이 참석해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시켰다. 세종시 수정안은 본회의 부결로 일단락됐지만 플러스 알파 문제를 포함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치열한 찬반토론...朴 5년여만의 본회의 발언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치열한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 12명이 토론에 나선 가운데 수정안 반대론자들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부결을 호소했고, 찬성론자들은 행정부처 이전의 비효율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수정안 통과를 강조했다. 차명진 의원은 특히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심판도 쓰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친 것에 대한) 심판은 더 아플 것"이라며 원안론자들을 겨냥했다.
이날 찬반토론의 하이라이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수정안 반대토론이었다. 지난 2005년 4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이후 무려 5년 2개월 만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른바 전투복으로 불리는 바지차림으로 발언에 나서 정치적 신뢰를 위해 수정안 부결을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면서 "오늘 표결을 끝으로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원안에 이미 자족기능이 다 들어 있다. 그것을 구체화하는 정부의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이 vs 친박 깊은 갈등의 골 재확인...분당 가능성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권과 한나라당 친박계는 "사필귀정"이라고 일제히 환호하며 원안의 차질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친이계는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수정안 부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수정안 부결로 한나라당이 사실상의 분당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을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가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 18대 총선 공천과정을 거치며 불거져온 친이 vs 친박 갈등은 이날 수정안 표결에서 '한나라당은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의사록에 기록된 수정안 찬반 명단은 친이, 친박간의 경계를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차기 총선과정에서 이른바 공천용 살생부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울러 친이, 친박 진영은 하반기 최대 정치이슈 중 하나인 개헌문제를 놓고도 이견차가 상당하다. 박근혜라는 확고한 차기주자를 가진 친박계는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반면 친이계는 상대적으로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우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이 이제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깊어졌다"면서 "친이, 친박이 당분간 한지붕 아래서 동거하겠지만 차기 대선국면이 본격화하면 결국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원안 추진 과정에서 플러스 알파 논란 불거질 듯
수정안 부결로 세종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2라운드가 남아있다. 수정안에 포함됐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은 물론 기업유치를 위한 인센티브와 세제지원 등 이른바 플러스 알파(+α) 혜택이 원안 추진 과정에서 적용되기 힘들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충청표심을 얻기 위해 플러스 알파 추진 공세에 나설 경우 여권 역시 무조건 반대하기 어려워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한나라당내 친박계는 29일 수정안 부결 이후 세종시가 충분한 자족기능을 갖기 위해 정부가 원안을 추진하면서 보완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원안 추진을 위한) 법 이행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심판에 더해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청와대와 총리실 등 정부는 물론 한나라당 친이계는 수정안이 부결될 만큼 원안에다 플러스 알파의 혜택을 추가하면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수정안 부결로) 행정부처가 가게 되니까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조금 어렵게 됐다"면서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원래에 있었던 자족기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는 앞으로 논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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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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