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화재보험 가입자가 일부러 불을 냈다는 걸 보험사가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는 한 보험금 지급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A씨 등 두 명이 "일부러 불을 낸 것이란 판단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화재보험에 가입한 H사·L사·D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려면 발생한 손해가 가입자의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에 따른 것이란 점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면서 "여기서 증명이란 법관의 심증이 확신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확신이란 보통사람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개연성을 말한다"며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이 가능한 정도로는 (면책을 인정하기에)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을 구체적으로 판별할 수 없다고 한 점, 창고 바닥 유류흔적이 방화가 아닌 다른 이유로 남았을 가능성이 있는 점, 창고 주변에 사람들 왕래가 잦아 불이 났더라도 쉽게 발견돼 진화될 가능성이 컸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등이 일부러 불을 낸 게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A씨 등이 방화를 저질렀다는 게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직물가공업체를 운영하던 A씨 등은 2005년 2월 회사 섬유창고에 불이 나 원단이 전소되자 화재보험에 가입한 H사 등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보험사들이 당시 화재가 우연히 발생한 게 아니고 A씨 등이 일부러 불을 낸 정황이 있다는 점, 이들이 고의로 사업장에 불을 내 보험금을 타낸 적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요구를 받아주지 않자 A씨 등은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등이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불을 냈다는 걸 추단할 수 있다며 청구를 잇따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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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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