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3D TV 버렸다. 월드컵 친구를 택했다.'
축구 마이나 회사원 김모(41)씨는 최근 3DTV를 거실에 들여놨다. 브라운관 TV를 10년 넘게 어쩔 수 없이 고집(?)해오다 결국 월드컵을 핑계로 평판TV를 구매하면서 과감히 3D제품을 선택했다. 부인과 자녀들에게는 이번 월드컵은 3D로 가족끼리 단란하게 즐기자고 설득했다.
남아프리카월드컵 한국의 첫 게임이 열리던 12일 아침,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에 시내에 호프집에 예약을 해 놨으니 군대동기들끼리 함께 게임을 보자”는 제의였다.
순간 그는 어렵게 가족을 설득해 거실에 떡하니 보금자리를 틀어준 3DTV의 매력과 군중속에서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를 즐기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자신의 모습을 놓고 고민에 잠시 빠진 김씨.
결국 그의 선택은 ‘친구들과 함께’였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했지만 3D가 그의 결정을 바꾸지는 못했다.
어떻게 그는 가족을 설득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한국과 그리스전 시합 당일 그가 친구와 함께 월드컵을 보겠다며 재차 가족을 납득시킨 근거는 2가지.
우선 한국의 첫번째 게임인 그리스전이 3D로 송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새로 구입한 3DTV에는 2D를 3D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이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본 결과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기에는 가족들도 동의했다.
두번째, 3DTV 안경 비용의 문제. 김씨의 부인은 새로 구입한 3DTV를 자랑할 겸 이웃 주민과 함께 월드컵을 보자고 했지만 안경 추가구입비용이 개당 20만원에 육박하자 부인도 이미 한차례 실망한 있다. 남편 및 아들 한 명과 세기의 게임을 즐기기는 자신도 너무나 아쉬웠고 축구 마니아인 남편을 알기에 순순히 친구들의 품으로 가는 김씨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너무나 아쉽게 한국의 월드컵 첫 게임을 아들과 단둘이 즐겼던 김씨의 부인은 17일 열린 아르헨티나전은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월드컵 시청 가능한 극장을 알아보고 있다.
3D 기술의 진보는 한국이 세계 최고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D 전광판 중계가 무산되는 등 군중이 함께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를 3D로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는 무안경 3D 방식 개발 등 앞으로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래서 스포츠마니아들의 고민은 아직 현재 진행중이다. “3D의 생생함에 빠질까, 군중의 열광과 함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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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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