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섬유와 화학섬유의 상관관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표적인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터 원사를 만드는 업체들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최근 수 년 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실적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또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폴리에스터 원사의 수급에서 비롯된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폴리에스터 원사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섬유사(絲)의 시장점유율에서 폴리에스터 원사는 43%, 대표적인 면사는 40%로 폴리에스터가 약간 우위에 있다.
화섬업체들은 기능성 소재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찾겠다는 계산이지만 사람들의 경제수준이 나아질수록 건강 등을 고려해 면, 마와 같은 천연소재를 선호하고 있다. 결국 화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동인(動因)은 없는 것이다.
화섬업체들로서는 천연섬유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행할 수밖에 없다. 천연섬유와 가장 가까운 화학섬유를 만드는 일이다.
면과 같은 천연소재는 땀 흡수 능력이 뛰어나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흡한속건 등 기능성을 높인 제품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섬유는 매년 작황에 따라 공급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천연섬유 흉작으로 화학섬유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폴리에스터 업체들은 "언젠가 면과 같은 천연소재를 화학섬유가 대체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화섬업체 관계자는 "촉감 등 천연섬유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이를 화학섬유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제품 개발 뿐 아니라 화섬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화학산업은 공해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다. 이는 화학섬유가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섬유 기업들은 자연에서 섬유를 얻는데 투입되는 화석연료가 화섬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양의 30%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닛신보라는 회사는 바나나를 이용한 천연원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바나나 줄기는 한번 열매를 맺으면 다시 바나나가 열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마다 버려지는 바나나줄기 규모가 매년 1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줄기에는 약 3% 정도의 섬유가 있는데, 이를 감안할 때 약 3000만t의 바나나섬유가 해마다 생산될 수 있다. 이는 면을 대체할 수 있다.
이외에 중국 화강그룹은 콩의 단백질을 이용해 캐시미어, 실크 등의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화섬기업들도 원사 재활용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 이미지 부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 원사가 오히려 새로 생산되는 제품보다 비싼 것으로 전해져 원가를 낮추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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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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