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 지난해 두차례 도레이 방문..도레이 사장도 지한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일본 화학기업인 도레이가 첨단섬유로 일컫는 탄소섬유 사업을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탄소섬유를 포함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한국에 쏟아 붓겠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40년간 탄소섬유 사업을 진행하면서 세계 탄소섬유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레이가 해외에 기술이전을 결정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핵심 아이템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레이는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공장을 짓고 기술이전도 약속했다. 도레이의 이 같은 결정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나.
도레이새한이 도레이첨단소재로 새출발을 선포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행사장에는 300여 명 이상의 귀빈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축사 말미에 나란히 참석한 이상득 국회의원에 대해 "탄소섬유 사업 유치에 노력한 것에 감사한다"고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은 이번 도레이의 탄소섬유 사업을 한국에 들여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 측은 앞서 한국정부의 요청에 의해 탄소섬유를 한국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이 의원이 중심 역할을 한 것이다.
사카키바라 일본 도레이 사장도 이 자리에서 이 의원과의 만남을 언급하면서 이번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수 년 간 이 의원은 첨단소재산업 유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도레이의 탄소섬유도 그 중 하나였다.
지난해 이 의원은 기술이전을 요구하기 위해 두차례 일본 도레이사를 방문했다. 도레이가 탄소섬유 1위 기업인데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첨단소재산업 유치에 애를 썼는데, 사실 성과가 미미했다"면서 "도레이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사장의 결정도 중요했다. 그는 도레이그룹의 실세이자 일본 게이단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카키바라 사장은 일본 재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삼성과의 합작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말 새한과의 합작기업인 도레이새한을 출범시킬 당시 총책임을 맡았었다.
사카키바라 사장 본인도 "한국을 하도 들락거려 친숙하다"면서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탄소섬유의 한국 투자 역시 사장이 직접 회사 간부들을 설득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도레이의 탄소섬유 국내 진출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예의주시하면서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도레이 자회사가 있는데, 도레이첨단소재가 탄소섬유를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효성, 코오롱, 웅진케미칼 등 국내 기업들의 탄소섬유 사업은 아직 기술개발이 진행되는 단계인 반면, 도레이는 당장 상업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은 위협적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 싸움은 국내가 아닌 세계시장이다"면서 "도레이의 이번 투자 결정이 국내 다른 기업에 상당한 자극제가 돼 상용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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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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