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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와인의 오래된 본고장 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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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와인의 오래된 본고장 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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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면 우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그리고 내가 뿌리를 두고 있는 고장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내가 와인에 그토록 친숙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프랑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장인 앙주(Anjou)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여러분은 지금까지 앙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한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겠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사이에 위치한 발 드 르와르 (Val de Loire) 지방 중부, 다시 말해 프랑스 서쪽지방에 위치한 앙주는 프랑스에서 세번째로 큰 와인생산지역으로, 앙주 소뮈르 지역의 앙주 포도밭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가장 넓은 포도밭 중 하나이다. ‘보르도 (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꼬뜨 뒤 론 (Cotes du Rhone)’보다는 덜 유명하긴 하지만, 앙주 와인은 아마도 프랑스의 떼루아(Terroir; 와인에 영향을 주는 자연환경, 즉, 토양, 위치, 지형조건, 기후 등을 말함. 와인의 품질과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는 와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드라이 혹은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좀 더 강한 색과 맛을 지닌 레드 와인, 그리고 은은한 향과 맛을 지닌 샴페인에 이르기까지 그 색과 맛이 아주 다양하다. 이러한 와인들은 모두 와인 전문가에서부터 와인에 호기심을 느끼는 초보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미각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들 와인의 명성과 품질은 이미 와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영국과의 역사적인 관계는 엄청난 양의 와인, 특히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을 유럽지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현재, 이곳의 와인은 북미지역 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에까지 수출되어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내가 내 첫 와인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와인이 프랑스의 땅, 사람들, 그리고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프랑스의 일부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뚜르(Tours) 지방의 주교였던 성 마르탱(St. Martin)이 4세기 경 독일로부터 ‘슈넹(Chenin)’ 품종을 들여왔고, 이후 이것으로 만든 와인이 르와르 지방의 유명한 화이트 와인이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라용강(Layon River)에서부터 와 르와르강(Loire River)을 수로로 이용하게 되면서부터 이 지방의 맛과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이 다른 국가, 아니 전 세계에 소개되게 되었고, 이 때부터 앙주 지방이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 와인들은 달콤한 맛이 일품인 ‘코또 드 레이옹(Coteaux du Layon)’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꺄르 데 숌 (Quarts de Chaume),’ ‘본조 (Bonnezeaux)’ 등이다. 이 밝은 금빛의 와인들을 보면 푸른 포도밭길을 떠올리게 된다. 식욕증진을 위한 식전 반주로 마시거나 푸아 그라(foie gras; 거위나 오리의 간 또는 그것을 재료로 만든 프랑스 요리)와 함께 마시면 좋다.


이 밖에 유명한 앙주 와인으로는 ‘사브니에르(Savennieres)’를 들수 있는데, 이것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으로서, 해산물 요리와 함께 하면 좋다. 르와르강에서 잡은 생선과 함께 마신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앙주 지방은 전통적으로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현재는 레드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레드 와인으로 ‘소뮈르(Saumur)’와 ‘소뮈르 샹삐니(Saumur-Champigny)’를 들수 있는데, 이 와인들을 마시면 머리가 상쾌해진다고 한다.


석회질의 토양에 셀러(지하의 와인 저장고)를 내고 이 곳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리고 와인 생산업자들의 노하우가 점점 쌓이게 되면서 ‘크레망 드 르와르(Cremant de Loire)’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뮈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스파클링 와인은 파티의 시작을 축하하며 마시거나, 그 풍부한 맛으로 인해 저녁식사를 화려하게 끝내고자 할 때 마시면 좋다.


이제 앙주지방의 역사적 유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앙주지방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앙주 지방에는 1200여개 이상의 성 또는 영지가 있다. 성벽이 있는 성에서부터 르네상스 양식의 영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건축양식을 살펴보면 앙주 지방이 과거에 지녔던 힘과 그 권위가 얼마나 컸던 것인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지역의 풍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러한 유산들은 각각 그 고유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앙주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인 앙제(Angers)에는 13세기에 ‘투포(tuffeau)’라 불리는 석회암으로 만든 유명한 요새가 있다. 사뮈르와 르와르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한 르네왕 (King Rene)이 살았던 사랑의 성, 샤또 다무르(Chateau "d'amour")도 찾아볼 수 있다.


앙제 주변에는 브리삭(Brissac), 르 쁠레시 부레(Le Plessis-Bourre), 몽제오프롸(Montgeoffroy), 세랑(Serrant)이라 불리는 네 개의 웅장한 성이 위치해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이 밖에도 시인 죠아솅 뒤 벨레(Joachim du Bellay)가 시를 쓰기 위한 영감을 얻은 곳으로 유명한 몽트뢰 벨레(Montreuil-Bellay), 저명한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가 소설을 썼던 곳으로 유명한 몽소르(Montsoreau)와 같은 레지던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앙주 지방에 관해 내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 밖에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 지방을 즐기기 위해 여러분이 해야 할 최선의 일은 바로 이렇게 내 말을 통해서만 이 아름다운 곳을 접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서 보고, 그 곳 사람들을 만나고, 와인을 마셔보며, 로맨틱한 유산들을 방문해 보는 것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앙주는 언제나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 곳을 일단 방문하게 되면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언젠가 한국을 떠나야 할 때 내가 느끼게 될 감정처럼 말이다.






로랑비게 르노삼성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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