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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전자 야심작 '애니닥터' 베일 벗다

단독[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삼성전자의 소형 혈액진단기 '애니닥터(AnyDoctor)'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가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전격 선언한 이래 시장에 나온 첫 번째 작품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왔으나 그 실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애니닥터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중외제약은 일부 병의원을 상대로 시범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수입품에 비해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나을 게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의 축적된 기술력을 감안하면 향후 의료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니닥터는 어떤 제품 = 애니닥터는 'SBH-C001A'란 품목명으로 식약청으로부터 지난해 12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피 몇 방울(450ul)을 떨어뜨린 CD를 넣고 작동시키면 15∼30분 후 각종 건강지표를 측정해준다. 간·신장수치, 지질수치 등 최대 19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 PC와 연결해 건강보험 청구시스템과도 연동 가능하다.


시범사용 중인 한 내과의사는 "특히 급성간염 환자에게 유용하다. 간수치를 체크해 곧바로 대형병원 후송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외부업체에 의뢰해 1∼2일 후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는 "관리가 까다로운 시약 대신 CD를 사용하는 게 큰 장점"이라며 "개인병원 원장들이 탐낼 만한 기계"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전국 2만여 개 병의원에, 향후엔 가정용으로 애니닥터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혈액검사기 세계 시장은 3조원 규모다.

◆"소리만 요란" vs "역할 더 커질 것" =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애니닥터가 시장에서 당장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판 중인 수입품 3∼4가지도 최대 50가지 검사를 해준다. 19가지에 불과한 삼성 제품이 왜 주목을 끄는지 의아하다"며 "업계에 삼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수입품 가격은 900만원 선으로, 1000만원 정도 하는 애니닥터보다 오히려 싸다.


CD를 사용하는 특징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한 의사는 "시약보다 관리는 쉽지만 CD값이 너무 비싸, 병원 수익면에서 장점이 없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의료 영역에 뛰어들었다가 높은 진입장벽만 확인하고 철수했던 예전 사례와 연결짓는 분위기도 있다. 삼성은 1984년 GE와 합작해 삼성GE의료기기연구소를 설립하고 몇 가지 의료기기를 선보였으나 2001년쯤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애니닥터를 '삼성의 승부수'라 속단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이 지난 8년간 의료기기 분야에서 총 156건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애니닥터도 현재는 생화학검사 19가지만 가능하지만, 범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암, 유전병 등을 검사하는 '똑똑한' 기계로 변신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면역혈청검사용 CD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이 CD는 전립선, 갑상선 관련 수치를 측정한다. 향후 유전자분석용CD 등이 차례로 출시되면 애니닥터의 역할은 더 커질 수 있다.


애니닥터에 쓰인 기술이 삼성의 장기 프로젝트와 연결된다면 이야기가 더 달라진다. 앞서 지난 24일 삼성의료원과 삼성SDS는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와 MOU를 맺고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의학 서비스 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


혈액 속 유전체 분석을 통해 유전병, 암 등 질병을 예측하고 개인별 치료법을 적용하는 개념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연구수준'인 미지의 의료분야다.


혈액을 이용한 질병분석법이 완성되고, 이 기술이 병의원에 널리 보급된 애니닥터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다면 의료 패러다임은 크게 변할 수 있다. 때문에 애니닥터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탄생한 '시발점' 정도 아니겠느냐는 게 의료기기 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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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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