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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 자녀 교육엔 가장 엄격한 아버지

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5>두산그룹 박두병 회장②
때론 함께 다니며 수영 즐기는 자상함도
무조건 일류 요구 대신 능력키우기 배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연강 박두병 회장이 살던 집안에는 그가 승마하던 때 쓰던 말 채찍이 여럿 남아있었다.

그가 말 채찍을 손에 쥘 때는 말을 탈 때와 함께 또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곧 자녀들의 버릇을 고쳐줘야 할 때였다. 그가 자주 말 채찍을 자주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들었을 때 맞는 아들은 채찍의 두려움을 뼈 아프게 느껴야 했다고 한다.


이유가 있었다. 용곤ㆍ용오ㆍ용성ㆍ용현ㆍ용만ㆍ용욱과 딸 용언 등 그의 자녀 6남 1녀중 대부분은 해방 후부터 6.25 동란까지 중학교, 초등학교 또는 유치원 과정에 있었다. 자녀 교육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됐던 시기였던 것이다.

중심을 잡기 위해 박두병 회장은 엄격한 교육태도를 전개했다. "재산은 못 물려줄 지언정 교육만은 시키겠다"는 아버지의 생각을 이어받아 자신이 어떻게 교육을 받아 왔는가 하는 것을 상기하면서 자녀들 교육에도 적용했으며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종아리 매질'이었다.


종아리 매질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맞은 아들은 장남 박용곤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동중학(6년제) 상급반 때까지 종아리를 맞았다.


박용곤은 학교에서 시험답안지를 돌려받으면 반드시 받은 그대로 곧장 시험지를 보여줘야 했다. 틀린 것이 있으면 이유불문하고 야단을 맞고 종아리를 걷어야만 했다. 중학 1학년 때는 영어와 수학을 박두병 회장으로부터 배웠는데 조금만 서툴러도 머리를 쥐어박았다. 장남이었던 까닭에 더욱 많은 매질을 당했는지 모른다. 상급반이 되면서부터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놀러만 다닌다"는 이유로 때때로 종아리를 맞았다. 살을 파고드는 아픔을 참고 서 있는 손자를 보며 안쓰러워 하던 할아버지 박승직 창업주가 말리고 나서야 매질이 끝났다.


서울사대 부속국민학교에 다니고 있던 2남 박용오나 3남 박용성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박용성은 '괴수'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장난이 심했다. 서울사대 부속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1949년의 가을 어느날, 집안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박용성은 창고 안에 들어가 숨었는데, 월동 준비를 위해 장작이며 숯섬 등 땔감이 얼굴과 발에 잔뜩 묻었다. 밤이 늦어 숨바꼭질 놀이가 끝난 박용성은 얼굴에 숯검정 투성이인 줄은 모른 채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다가 마침 방에 들어온 아버지에게 걸렸고, 당장 박용성은 종아리를 맞아야 했다. 밤중에 혼이 난 그 기억은 두고두고 박용성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일화라고 한다.


박두병 회장은 장녀 박용언에게만은 종아리 제재를 가하지 않았을 뿐 엄격하기는 매한가지 였다. 1946년 경기여자중학교에 진학한 박용언은 어머니 명계춘 여사의 소질을 이어받아 학교 정구 선수가 됐다. 학교에서 정구 연습을 하고 나면 허기가 져서 도넛을 즐겨 사먹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지고는 했는데, 그 때 거의 퇴근 후면 곧바로 귀가하던 박두병 회장은 자신보다 늦게 들어오는 딸을 못 마땅히 여겨 심하게 꾸중했다고 한다.


박두병 회장은 엄격한 아버지였지만 산과 들로 나가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가르쳐 주는 멋있고 자상한 아버지였다. 딸에게 가장 값진 정구채를 사주는 그는 연습장이나 시험장을 찾아가 뜨거운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자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녀들 스스로가 자신의 능력을 키워 나가도록 배려했다. 교육 환경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4남 1녀를 조양 유치원을 거쳐 서울사대 부속초등학교(해방전 관립 경성사범부속초등학교)에 입학시켰지만 반드시 일류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하되 아이의 능력에 따라 알맞은 학교를 선택해 진학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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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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