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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융합촉진법 제정추진 배경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2004년 LG전자가 당뇨폰을 내놓았다. 휴대폰에 바이오기술이 접목된 이 제품은 당뇨병환자나 당뇨가 의심되는 사람이 휴대폰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고 투약관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각종 인허가를 맡아야 했고 회사는 이 사업을 포기했다. 또 다른 한 업체는 착용만으로 혈압 등을 측정하는 헬스케어 의류를 개발했다. 이를 두고 관계부처는 의류제품으로 볼지, 의료기기로 볼지 명확하게 결론을 못 내려 제품 활성화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중소기업인 S중공업은 트럭에 지게차를 결합한 '모바일 포크트럭'을 개발했다. 발명특허를 받은 이 제품은 일반 지게차와 기능은 같지만 자동차와 같이 빠른 주행 속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고속도로와 산길을 모두 다닐 수 있는 전천후 지게차라는 의미로 '모바일'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관계부처에서는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제품승인을 4개월 이상 늦추었다. 회사는 그 사이 생산과 납품을 제때 하지 못해 6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기업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막대한 R&D를 투입해 제품을 개발했어도 무용지물 혹은 사업에 애를 먹는 것은 관련 법, 제도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광속으로 무한팽창하는데 법, 제도가 도와주지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전기차만해도 당장 내달부터 서울시에서 주행이 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전국적인 활성화가 어려운 상태다.


지식경제부가 26일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추진계획을 밝힌 것은 기술,제품,서비스를 재조합한 이들 융합상품, 융합서비스 등을 적기에 지원, 개발시켜 상품화,시장활성화를 시급히 촉진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융합은 기존 기술, 제품·서비스를 재조합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는 활동으로 시장,산업,기술, 제품,학문 등 전 영역에 걸쳐 확대되고 있고 산업분야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이 융합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지능형자동차(자동차+IT), 반도체바이오센서 칩·리더기(반도체+BT) 등이 대표적이다.

◆ 정보화 이후 융합시대 도래... 2013년 세계시장 20조달러
통신기술, IT인프라에 기반한 정보화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존의 다양한 가치와 기술, 산업간의 창조적 결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의 시대로 급속히 전환중이다. 기업간 경쟁격화, 소비자 니즈 다변화, 기술혁신 등에 따라 특히 산업영역에서 융합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전화 인터넷 게임 MP3 등 다양한 '제품간 융합', 아이튠즈, 게임,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연계를 통한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과 '서비스와 서비스의 융합' 등 다종간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세계 융합시장규모를 2008년 8조6000억달러에서 2013년 20조달러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이미 융합산업촉진을 위한 국가 전체의 추진체계와 전략을 수립해 운영 중이다.


이에 비해 국내서는 각 부처별로 산발적인 정책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2006∼2007년의 경우 융합부품소재 발전전략(산자부,현 지경부), 융합전략팀 신설(정통부), 융합기술종합발전계획(과기부) 등이 나왔다. 2008년부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중심으로 국가융합발전기술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이 역시 각 부처 융합전략만 취합하는데 그쳐 부처간 조정은 물론 협력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융합기술수준도 선진국대비 50∼80% 수준에 불과하다. 지경부 연구용역을 수행한 딜로이트컨설팅은 "우리경제는 가격경쟁력은 개도국의 추격을 받고 기술경쟁력은 선진국의 견제를 받는 소위 포지셔닝트랩(positioning trap, 잘못된 위치에 갇혀 있는 현상)에 빠져 있어 융합이 이를 돌파하는 핵심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이어 "선진국에 비해서는 융합화 대응준비가 다소 늦었지만 산업융합촉진시책을 정부의 핵심아젠다로 정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업종별 칸막이 허물고 기존법 한계 극복나서
산업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u-헬스(산업,보건) 스마트케어(산업,의료) 등과 같이 산업 의료 교통 환경 건설 등 각부처간 법,제도가 상이해 규제와 진흥이 혼재한데 따른 것. 지경부의 스마트케어(원격진료+건강서비스)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삼성전자의 고한승 전무는 의료법에서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어 제품활성화에 애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이 같은 진흥과 규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향후에 등장할 융합신상품, 서비스도 앞날이 뻔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134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기업의 91.5%가 융합촉진을 위한 별도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등 산업계의 융합법 제정 요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상당수 기업들이(41.0%) 융합제품 사업화 과정에서 시장출시 지연 등 애로를 실제 경험했다고 답했고 융합제품 출시지연의 주요한 원인으로 융합상품에 대한 법ㆍ제도 미비(25.0%)'를 지적했다. 이때문에 지식기반신섬유개발촉진법(상임위 계류중), U헬스케어산업활성화특별법(발의준비중), 의료관광에관한특별법(발의준비중) 등과 같이 개별업종만을위한 특별법 요구도 늘어나게 된다.


지경부는 이런 점을 감안 우선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해 지경부와 유관된 산업 내에서 융합과 관련된 지원대책 요구나 법제정 수요를 이 법의 테두리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개별법 특별법 요구와 발의에 따른 국회, 정부, 업계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와 같이 타 부처에서 현재 규제가 진행 중인 법률적 사안에 대해서는 신설되는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통해 부처간 협의를 거쳐 규제개선이나 애로해소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위원회는 총리가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위원을 맡는 범부처적 추진체계로 각 부처의 산업융합정책을 조정하게 된다. 지경부는 별도로 지경부내에 산업융합촉진기획단(가칭)을 구축해 기업들의 애로를 접수ㆍ발굴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등과 협력해 신속하게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융합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아이템발굴에서 지원, 상용화와 시장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지원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전문가 파견, 연구장비 제공,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의 융합사업 아이템 발굴을 지원한다. 융합형 R&D과제일 경우 다른 과제보다 우선 지원하고 제품 개발 시에는 특허활용을 알선해줄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융합사업 계획서를 지경부장관에게 제출하면 지경부장관이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존 법, 제도에서 걸림돌이 발견되면 산업융합촉진기획단, 산업융합발전위윈회 등을 통해 이를 해소해줄 계획이다. 또한 정부지정기관이 인정하는 융합 신제품에 대해 기준규격이 없는 경우 소관부처기준규격 제정시까지 임시인증하고, 제품 인허가에 필요한 인증을 받는 것으로 대체해줄 방침이다.


지경부는 이 법이 관계부처와의 협조, 협의와 수요측인 민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보고 이날 대한상의, 전자통신연구원, 산업연구원, 삼성전자 등 산학연 융합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하는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추진위는 앞으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법안을 내달 중 법제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를 거치고 나면 9월중에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에는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산업융합촉진법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융합시장에 대비해 R&D에서 시장 활성화까지 발전단계별 지원근거를 법제화한 것"이라며 "기존 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모든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융합촉진차원에서 규제를 개선하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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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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